- 포르투갈 파로에서 라고스 여행 -
@Lagos, Portugal
어제 마신 에스프레소와 알코올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뒤척이다가 그 아이와 같이 차를 렌트하러 11시쯤 공항버스를 타고 파로 공항으로 향했다. 파로에 며칠 더 머무르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곧 오프시즌이라 호스텔은 문을 닫는다고 했다. 다른 호스텔을 찾아 옮기는 것도 애매해서 포르투갈에 다른 괜찮은 지역을 추천해달라고 저녁식사 중에 물어보자 나와 같은 방을 쓰는 아이가 자신은 라고스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괜찮다면 동행해도 좋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있는 라고스가 익숙해서 포르투갈에도 라고스가 있느냐며 궁금해했지만 일단 따라나섰다. 파로에서 며칠 더 머무르고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을 향해 넘어가 볼까 했던 여정은 호스텔에서 만난 아이와 함께하면서 확실하게 바뀌었다.
파로 공항에서 그가 차를 렌트하는 동안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데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가 이상할 거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꼼꼼히 차를 살피던 그는 서핑보드를 태우고 나서 남는 자리에 나를 태웠다. 점심은 내가 살게, 둘 다 손뼉을 치며 출발했다.
가는 길 파도가 거세지고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쳐 차 안에 갇혀버렸다. 그 상황에서 그는 실은 조금 피곤했다며 슬쩍 웃고 잠깐 잠을 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whatever. 운전석 옆자리에 서핑보드를 눕혀놓고 그 위에 자는 그를 보고 나도 뒷좌석에서 잠이 들었다.
비바람이 멈췄고 슬며시 햇살이 보였다. 가는 내내 비가 오다 맑다 비가 쏟아지다 먹구름이 꼈다가 햇빛이 강렬해졌다가 반복하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그가 내뱉는 F***을 들어야 했지만, 라고스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아직까지도 참 고마운 사람이다.
숙소에서 쉬겠다는 그를 두고 혼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라고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가는 성수기마다 서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지만 지금은 비수기라 숙박도 저렴하고 북적이지도 않아서 지내기 편할 거라는 인포메이션 센터 아저씨의 설명. 중심 광장에 우체국도 있고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고, 세비야로 넘어갈 수 있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 터미널도 가깝고 기차 역도 가깝다. 완벽하다.
광장에 앉아 조금씩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보며 수첩을 펼쳤다. 평소에 쓰던 다이어리는 여행하면서 다 쓰는 바람에 직접 만든 수첩. 처음 만들 때는 종이를 많이 겹쳐서 두껍다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벌써 절반이다.
근처에서 한창 예배 중인 교회 문을 열었다. 샌들을 신고 있는 모습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이 부끄러웠지만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설교를 들으며 끝까지 머물렀다. Aleluia. 나는 그를 멀리하려 했는데 어린 양을 계속해서 찾나 보다.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 라고스에 오랜 기간 머무르기로 했다. 비록 골목마다 술판이 벌어져서 시끄러운 데다가 새벽까지 시끄럽게 떠들어서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리라 다짐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