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고스 호스텔 여행 -
@Lagos, Portugal
밤새 시끄럽고 추워서인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찍 일어난 같은 방 애들끼리 조식을 먹으러 갔다. 잔뜩 주름진 얼굴은 주방에 들어서자 따뜻하게 늘어졌다. 프라이팬을 달구며 자신을 편하게 마마라 부르라는 그녀가 우리를 위해 크레이프를 만들어주었고, 접시가 비워질 때마다 계속 크레이프를 채워주었다. 막 구워진 크레이프에 뉴텔라를 바르고 딸기잼을 발라 얇게 썰린 바나나를 넣어 먹으면 온몸에 에너지가 가득해지는 느낌. 끊임없이 몇 접시를 해치우는 우리에게 따뜻한 레몬티도 챙겨주었다.
밖으로 나가 따뜻한 1유로짜리 커피를 사서 넷이서 테라스에 앉았다. 나를 라고스로 데려온 오스트리아 아이가 파로에서 만나 함께 온 우리를 설명하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커플이면서 여행 동반자이면서 함께 일을 하는 그들은 대학에서 봉사에 대한 강연을 하며 대학생들에게 캄보디아 등 동남아로 봉사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지금은 잠시 아프리카로 넘어가기 전에 여행 중이라고 했고. 한때는 나의 꿈이기도 했던, 일을 하며 여행하며 봉사도 하는 그들이 참 멋있어 보였다.
다들 인사를 나누고 짐을 챙겨나와 새로운 호스텔로 걸어가는 골목 사이에 있는 원석가게에 들어섰다. 무심한 듯 놓여있는 각기 다른 원석 중에 검정 가죽끈에 걸려있는 맑은 아마조나이트를 보고 얼마냐고 물었다. 이걸 꼭 사고 싶은데 길게 여행하는 여행자라 돈이 없다고 어필했더니 8유로에 주겠다고 했다.
그가 목걸이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끈을 가공하러 안쪽 작업 공간으로 들어갈 때 슬쩍 뒤따라가며 '나도 금속을 배워서 만드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했더니 그때부터 그는 내 목걸이를 내려놓고 자신이 작업한 모든 것들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원석을 좋아하는 그는 가공되어있는 것보다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들을 본인 작업의 소재라 여겼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에게 '너는 카메라로 풍경을 찾지만 나는 돌 안에 있는 풍경을 찾고 있어. 돌 속에 풍경이 있으니 나는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지 않고 머릿속에 기억하려고 해.' 라고 말했다. 그건 그렇지.
잠깐의 정적을 깨고 그는 나에게 잠시 가게를 지켜달라고 했고 슈퍼에서 잔돈을 만들어왔다. 사온 초콜릿 반을 나눠주면서 앞으로도 라고스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덕분에.
예약한 호스텔은 광장에서 정말 가까웠다. 가방을 내려놓고 테라스로 나오니 보이는 풍경. 그릇에 시리얼을 가득 담아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회전목마. 흔들리는 나무. 아주 조금씩 솟아오르는 분수. 모든 게 좋다. 날씨가 흐려도 기분 전환이 되는구나.
'Little things make big days.'
테라스 벽에 붙어있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비가 어느 정도 그쳤고 물을 살 겸 밖으로 산책을 나섰다. 교회 근처에 있는 슈퍼에서 물 한 통을 사들고 마을 주변을 크게 돌았는데 뒤를 돌아보니 언덕 위에 올라와 있었다. 큰 공원을 돌아 112가 쓰여있는 소방서까지 지나치고 보니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을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 성벽 사이에 있는 다리를 지나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돌아온 호스텔에서는 같은 방을 쓰는 아르헨티나 아이가 가족끼리 놀러 온 독일 아이와 놀고 있었다. 다섯 살인 독일 아이는 호스텔에 있는 세 개의 인형을 들고 나와 그녀에게 나눠주며 같이 놀아달라고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같이 놀며 춤을 추었고 아이가 지쳐 잠들 때쯤 우리는 맥주를 들고 테라스에 서서 하늘 멀리 넘겨보았다. 비가 그쳐 깨끗한 밤 하늘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마셨고 간혹 광장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더 많은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