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고스 광장 여행 -
@Lagos, Portugal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를 묶고 동네 슈퍼로 향했다. 가는 길 마주친 원석 가게 아저씨가 '감사 감사'라며 내가 가르쳐준 한국어로 인사했고 나는 '봉디아'라고 인사했다. 할 줄 아는 포르투갈어는 '봉디아', '오브리가두', '차우' 세 단어가 끝이지만, 이 단어들로 참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올 것 같아서 기분 전환으로 딸기를 샀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비 오는 날 수면양말을 신고 커피를 끓이고 토스트기에 빵을 넣어 튀어 오르는 순간 딸기잼을 발라 접시에 놓기 전에 한 입 베어 물고 그동안 하트를 눌러놓았던 음악들을 무한 반복.
빨래가 말라가는 오후 세시. 노란 양털 담요에 기대어 잠들었다가 엽서를 보낼 겸 밖으로 나왔다. 며칠 사이에 달라진 옷차림. 나 역시 털모자를 꺼내 썼다. 자꾸만 그가 광장에서 불렀던 오버더레인보우 풍경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다. 조금씩 내리는 비에 우산을 쓰지 않아도 좋고, 카메라가 비를 맞아도 좋고, 계속 알 수 없는 길이라 좋다.
엽서를 보내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교회 앞 광장으로 나왔더니 골목보다 바람이 훨씬 거세다. 다리에 힘껏 힘을 주고 서있는데도 카메라가 흔들리니 저절로 꽃게가 된다. 내 앞을 지나가던 갈매기는 바람에 맞서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결심한 듯 날개를 펼쳤는데 그대로 바람에 떠밀려가버렸고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엄청 크게 웃어버렸다. 큰 소리로 깔깔대고 웃었는데 근처에 서있던 할머니도 나를 보며 같이 웃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고는 또 같이 너무 웃기다며 한참을 웃었다.
가끔은 내가 조신한 여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아무 데나 철퍼덕 주저앉고, 하루 정도는 춥다는 핑계로 머리를 감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가고 그다지 청결하지 않은 숙소와 화장실에서도 잘 지내고 가끔 길바닥에서 혼자 신나서 미친 듯이 웃어도 보고 남들 다 있는 방에서 아무렇지 않게 옷을 갈아입고 드라이기가 없어도 린스가 없어도 잘 살아가고 맨발로 호스텔 안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는 그렇지만 남을 위해 모든 뒤처리는 꼭 깔끔히 해야 하는 사람이라. 여행을 하다 보니 나를 보게 되고 그러면서 평소에 감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나의 모든 면을 하나하나 만들어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