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음

- 포르투갈에서 안달루시아 여행 -

by 임선영
@Sevilla, Spain


포르투 숙소에 두고 온 보조배터리를 찾았다는 소식에 그 사람과 일정을 맞추면서 생각보다 일찍 포르투갈에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비수기라서 하루에 한 두 대 뿐인 버스. 라고스에서 세비야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어쩔 수 없이 새벽 여섯시 반 버스를 타야 했다.


짐을 짊어지고 호스텔을 나왔을 때, 지금까지는 보지 못 했던 새벽 별들이 쏟아졌지만 그 속에 늦을까 봐 허둥대며 끙끙대는 내가 있었다. 실상 여섯시 이십분이 되어서야 티켓 창구를 열어주는 느긋함이 있는 곳인데.


애벌레를 닮은 에바 버스 짐칸에 가방을 넣어두고 지정된 자리에 앉자마자 선잠이 들었고 게슴츠레 눈을 뜨면서 해가 떴다. 휴게소에서 20분 정도 쉬었다가 간다는 버스 기사의 말에 점심 아닌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니 어느덧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경계 지점을 건너고 있었다. 넘어갈 땅이 없는 우리에게는 어색하고 신기한 경험이지만 생각해보면 이들에게는 서울에서 대전 혹은 부산에 가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 모든 길이 열려있다고 말한 누군가의 말처럼 다리 하나를 건너자 바로 스페인 와이파이가 잡혔고 물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한 시간이 빠르게 넘어갔다.


둘 다 와이파이가 없었지만 그는 정확히 약속한 시간에 나타났다. 순례길을 체험하고 온 터라 몸만한 가방을 메고 힘들었었을 텐데도 큰 불평 없이 나에게 보조배터리를 건네준 그에게 근처 식당에서 빠에야를 대접했다. 맥주와 함께 각자의 여행에 대해 짧게 나누다가 그가 나에게 여행 시작의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일을 그만뒀다는 얘기부터 일본을 돌아 이곳에 오기까지 한참을 얘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숨기고 있던 나의 기분이 튀어나와버렸다. 그걸 순식간에 잡아낸 그는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위로했지만, 깊은 내면을 다 내보인 나는 그 순간 마치 프라이팬에 착 풀려서 뜨거움에 곧 익어버릴 날달걀 같은 기분이었다.


돌아가는 길 내내 어디든 주저앉아 그대로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숙소에 도착해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래 나는 그런 사람이었어. 이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했을지도. 어쩌면 누구나 다 똑같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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