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감당하기에 벅찬 욕심

- 세비야 테라스 해먹 여행 -

by 임선영
@Sevilla, Spain


시끌벅적한 배를 채우고 옥상 테라스 해먹에 둘러싸여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들었다. 역시 이런 기분엔. 해먹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건 단순히 배가 고파서였다. 사진을 받은 엄마는 내가 신선놀음한다며 부러워했지만 실상 아침부터 그럭저럭이었던 기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였고 이 상태로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아서였다.


하루에도 수백 번 기분이 바뀌고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확실히 모든 게 다 내 욕심 때문이다. 부정할 수 없는 욕심이고 감당하기에 벅찬 욕심. 길 위에 서 있으니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아무것도 모를 그때에 나는 내가 우습게도, 부끄럽게도, 멍청하게도 나 홀로 서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맞아 그때 그랬었지. 많은 시간을 지워야 하고 지운만큼 다시 채워야 하는 기간도 길 텐데, 어떤 것도 쉽지 않았다. 실은 내가 곧게 서 있으면 됐는데.


오후 세 시쯤이었나 숙소에서 한 블럭 떨어진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온 가족이 모여 늦은 점심 식사와 대화를 즐기는 시간 그 속에 앉아 같이 웃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의 해맑음으로 인해 그에 대한 고민이 없으니 조금이나마 머리가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힘이 되는 말들로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저녁에 다시 해먹을 찾았을 때에는 맥주 한 잔에 괜찮다며 시간을 보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0. 누군가를 사랑하는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