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어떻게 알았을까

- 세비야 북카페 여행 -

by 임선영
@Sevilla, Spain


그는 일부러 골목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이곳저곳 길을 돌아갔다. 포크를 손에 들고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그에게 왜 후기도 없는 나를 카우치서핑으로 받아들였는지 물었다.


아무리 여자애라지만 의심하려면 끝도 없이 의심할 수 있었을 텐데 간단한 인증도 하나 없는 나를 무슨 생각으로 집에 머무르는 걸 허락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단순하게 내가 올려놓은 사진 때문이라고 했다. 페인트 칠 된 방문 사진과 체코 여행을 기록해놓은 사진들. 그는 여름마다 몇 달씩 체코에서 여행하며 지낼 만큼 좋아하고, 버려진 가구나 나무를 들고 와서 페인트 칠하며 집을 꾸미는 걸 좋아해서 내가 궁금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나에게 소개해준 내가 무지 좋아할 거라고 장담했던 집 근처 북 카페. 어떻게 알았을까. '너무 좋아 매일 갈거야' 라고 말하고 정말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러 갔다.


자리에 앉아 와이파이를 연결하니 오늘 아침 다른 숙소를 찾아 떠난 그녀가 음식을 만들었다며 같이 먹자고 자기가 머무르는 숙소 위치를 보내왔다. 우습게도 며칠 전까지 내가 머물렀던 호스텔. 해가 질 무렵 시끌벅적한 붉은 하늘 아래 누에보 다리를 건너 내가 매일 같이 누워있었던 해먹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사들고간 맥주를 마셨다.


그녀는 자신이 처음 세비야에 왔을 때 공원에서 만나 춤추며 기타 치고 놀았던 친구를 만나러 가자고 했다. 말 그대로 집시들의 소굴에 들어갔고 그녀의 친구인 플라멩코 댄서는 또 다른 집시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우리를 창고 같은 곳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 펼쳐진 짙은 아프리카의 향 속에서 집시 아저씨와 인사하고 떠돌이 강아지들과 함께 아프리카 음악에 맞춰 시간을 보냈다. 혼자라면 무서웠을 공간이 함께여서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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