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과연 무얼 버릴 수 있을까

- 론다 협곡 여행 -

by 임선영
@Ronda, Spain


조식이 포함되어있지 않은 이곳. 어제 슈퍼에서 간단하게 사온 것들로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전날 밤 인사했던 한국인 둘이 밥을 할 테니 같이 먹자고 했다. 이제 열아홉 살 이라던 그들은 평범하지 않지만 그러나 그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정신적 연륜이 아니었기에 얘기를 듣는 동안 그들의 부모님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과연 얼마나 많은 부모가 교육과 앞날이 아닌 자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도록 풀어줄 수 있을까. 처음으로 열아홉이 부러워 고개만 끄덕였다.


배를 두둑이 채우고 마주한 누에보 다리. 그 밑으로 아찔하게 펼쳐진 협곡과 과달레빈 강(Rio Guadalevin)을 따라 이어진 드넓은 평원. 론다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생전 처음 본 모습에 나는 꼼짝하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버렸다.


아무 움직임 없이 서서 협곡의 끝자락을 따라 넓게 둘러보아도 좋았고, 마을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전기 탑을 따라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좋았고, 구불구불 되어버린 도로를 따라 드넓은 평지를 바라보아도 좋았다. 감탄에 감탄을 쌓아올리며 그렇게 아주 천천히 협곡을 흡수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심에 닿았다.


그곳에서 구슬프게 휘날리는 바람에 하프를 연주하던 사람. 스친 현 속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과연 나는 무얼 버릴 수 있을까.'


잠깐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넘기자 달라졌다. 할 수 있다고 수백 번 외치면서 괜찮아질 때까지 자꾸만 나를 던져보기로 다짐했다. 혼자 쿵쾅거리며 힘을 가득 모아 일어섰더니 우습게도 모든 게 바뀌었다.


아까 드리워졌던 먹구름 사이로 말간 하늘이 살짝 내비쳤다. 오랜만에 셀카를 찍으며 활짝 웃어보았다. 웃으니 기분이 더 좋아진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가져가 한참을 흐릿하게 바라보며 깊은 한 장을 새겨주었다.

'웃으니까 훨씬 예쁘네!'

더 활짝 웃어 보였다.

'Bueno! Bueno!'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사이에 놓인 기찻길 사이로 오가는 이웃의 대화마저도 마냥 편안했다. 주인을 따라 함께 대화에 동참하던 개 두 마리의 기분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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