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다 구시가지 여행 -
@Ronda, Spain
온몸이 쑤셨지만 날씨가 좋아져서 괜찮겠지 하고 나섰다가 절반 정도 오르자 먹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한쪽은 맑은 하늘이었는데 결국 비가 내렸다.
이 날씨에 잔뜩 기운 빠져 보라색 우산을 휘적대서라도 으스스한 기운을 흩트리고 싶었다. 문득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던 영국은 날씨 때문에 안되겠구나 싶었다. 뜨겁게 쏟아지는 햇볕이 그립다.
오늘 할 일은 은행에 들려 돈을 뽑고 호스텔로 돌아가 푹 쉬는 일. 30분 정도를 걸어 올라왔는데 인출 시간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몸을 놓고 싶은 곳이 보이지 않았기에 땅에 떨어진 애꿎은 꽃을 주워들고 채 사라지지 않아 남은 온기를 따라 되돌아갔다.
구시가지를 통해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Correos. 스페인에서 인사말 다음으로 배운 단어는 우체국이다. 편지를 자주 보내서 post office 보다 익숙한 correos.
rr 발음이 쉽지 않은데 곧잘 따라 한다며 칭찬해준 덕분에 잊을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길 위로 바람이 거세게 일었고, 어제처럼 위험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안전하게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 와중에 나의 신발은 젖은 채로 마르지도 않아서 뒤꿈치를 조여왔다.
힘겹게 호스텔로 돌아와 담요를 두르고 앉아있으니 주인아저씨가 춥냐며, 장작을 가져와 벽난로에 불을 지펴주었다. 따뜻해진 공기. 너무 나른해서 소파에 누워 알 수 없는 글자가 펼쳐진 책을 뒤적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곧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슬쩍 눈을 떴다. 손님인 줄 알았는데 주인의 가족과 친구라고 했다. 근처에 살면서 가끔 이곳에 모인다는 그들은 벽난로 앞에 둥글게 모여앉아 금방 벽난로에서 꺼낸 군밤을 까먹었다.
문득 어렸을 적 외할머니 댁에 온 가족들이 모여 다 같이 떠들던 때가 떠올랐다. 그리움을 건네받아서인지 담요를 더욱 움켜쥐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