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다 시골길 여행 -
@Ronda, Spain
협곡 아래 위치한 곳이라 그늘이 드리워져서 해가 머리끝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으슬으슬 춥다. 이불을 걷어내자마자 찬 공기가 다가오고 뜨거운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가도 입김이 나온다. 한겨울 산장에서 지내는 것 같이 난로 앞에 앉아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어야 온기가 돌아다닌다.
따뜻함을 채우고 나서 오늘은 시골길을 걸어볼까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걷지 않는 먼 길을 걷는데 멀리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말을 태워 다가왔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이동 수단으로서의 말은 정말이지 신기한 광경이다.
걸음이 맞춰져 함께 걷게 된 할아버지는 나를 불러 세워 손에 한 움큼 almendra를 쥐여주며 한참을 설명했지만 스페인어를 모르는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알멘드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내가 걸어가려던 방향과 하늘을 가리키며 크게 손을 저었다. 하늘이 우중충하고 이 길에는 사람도 없어서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뜻 같았다.
다시 왔던 길을 걸으며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동안 봐왔던 론다와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언덕.
지나왔던 시골길에서부터 론다의 협곡, 그리고 이어지는 구시가지와 샌프란시스코 지역까지 한눈에 들어오며 눈이 시원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 아무도 없이 홀로 돌 위에 앉아있어야 하다니.
땅에 놓여있는 아직 시들지 않은 꽃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11월 3일, 딱 여행 시작한 지 50일째 되는 날.
'아직 잘 지내고 있나요. 아직, 아직 잘 지내고 있어요.'
아직 시들지 않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꽃을 내려두고 건너 편에 보이는 하얀 집 불빛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비에호 다리 밑에서 바라본 백설공주가 살 것만 같은 풍경. 그리고 구시가지로 넘어가는 길목 성벽 너머 보이는 론다의 밤. 애매모호한 하늘을 보니 왠지 내일이면 해가 쨍하게 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