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산보 여행 -
@Tokyo, Japan
아침에 눈을 뜨니 이미 같은 방을 사용하는 여행자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덕분에 샤워실에서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여유롭게 씻고 아침을 먹으러 1층에 내려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크루아상, 애플파이와 바나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잡으면 괜히 마음이 여유롭고 느긋해진다. 어제의 일을 정리하고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도쿄를 다시 찾게 된 이유를 생각했다. '산보, 걸을 수 있는 도시, 도쿄'라는 글을 보고나서 처음 도쿄를 찾았던 그때가 생각났다. 그 날에도 나는 걷고 있었고 관광객이 많은 랜드마크가 아닌 어딘지 모르는 숨은 골목길을 걸으며 카메라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 모습을 간직한 도쿄를 그리워했다.
숙소가 있는 구라마에 역에서 아사쿠사, 긴자 선으로 환승해서 우에노 그리고 야마노테 선을 타고 두 정거장을 지나 닛포리 역에서 내렸다. 직감을 따라 남쪽 방향으로 나서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큰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소소한 일상을 볼 수 있는 그들의 골목길이 보고싶었다. 골목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책하는 시간을 더욱 가볍게 했고, 그렇게 몸에 의지한 채 눈 앞에 주어진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온전히 나의 길이 되어감을 느끼게된다.
골목을 돌고 돌아 계단 끝에 섰다. 화분 위에 앉아있던 고양이의 몸짓을 주시하고 나서야 자전거 틈 사이로 엎드려있던 고양이가 보였다. 단순히 느린 움직임만으로 가뿐히 앉아있었던 것 뿐인 걸까 아니면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많은 발들 중에 어느 신발의 앞코가 자신의 코에 맞춰 한참을 머물러줄 것인지 기다린 걸까. 발의 방향이 고양이의 코와 마주하게 된 순간부터 그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나에게만 말을 걸어오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길 위에서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기에 자유로운 여행.
센다기에서 우에노 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목욕탕으로 보이는 외관에 궁금증을 갖고 길을 건넜다. 알고보니 오래 전 대중 목욕탕을 개조하여 지금은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특징을 그대로 지금까지 보존해서 현재와 함께 예술과 함께하는 시공간의 활용. 우리가 잊어가는 사실들을 아껴가는 모습을 이곳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지금에도 어색함 없는 거리 끝 풍경, 하나씩 쌓아둔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좋다. 예를 들면 Gate of life 문구가 적힌 가게 입구, 옆에 놓여있던 의자, 위 깡통, 안에서 자라는 선인장도 좋고 단추가 박혀있는 기둥, 아래 우체통도 좋다.
저녁에 조금씩 비가 와서 숙소로 돌아가 조용한 1층에서 직원이 추천해주는 칵테일을 마셨다. 알코올은 거의 없었지만 괜히 얼굴이 빨개졌다. 온도를 낮출 겸 6층으로 올라갔더니 1층과 달리 조용히 책을 읽기에 좋았다. 시집으로 보이는 책을 꺼내들고 커피를 끓였다. 밤이 되자 비가 더 내렸고 창문을 열어놓으니 빗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빨간 잔에 담긴 따뜻한 커피는 깊었고 한쪽 면에는 영어로 한쪽 면에는 일본어로 적혀있는 책은 몽롱했다.
'Where all things are the one thing and all roads are the one road, leading back to the on beginning, where you are, and where you have always b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