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괜히 말라가 탓

- 론다에서 말라가 여행 -

by 임선영
@Malaga, Spain


가방을 등에 업고 행군을 시작해볼까. 호스텔 주인아주머니, 아저씨, 아들 그리고 일하는 이탈리아 언니까지 마중 나와 잘 가라며 인사해주었다. 진심으로 다시 또 어디선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 말에 아주머니는 꼭 안아주셨고 아저씨는 또 트레킹 할 생각하지 말라며 구시가지까지 데려다준다고 하셨다. 그동안 영어를 몰라서 별말을 나누지 못 했던 아들은 아디오스라며 인사해줬고, 클라우디아 언니는 같이 차를 타고 와서 번호를 교환하고 서로의 앞을 응원했다.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주신다는 아저씨의 말에 나는 누에보 다리에서부터 천천히 걸으며 마지막으로 론다를 감상하고 싶다고 했다. 론다에 와서 혼자 쿵쾅거리며 사소한 도전을 다짐했던 카페에 들렸더니 아주머니는 아직 나를 기억하며 활짝 웃어주셨다. 마음이 가라앉았다.


론다에서 말라가까지 나중에는 꼭 차를 렌트해서 마음껏 멈춰 서고 싶은 창밖 풍경들이 지나갔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만 볼 수 있는 아쉬움.


두 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말라가, 버스 터미널에서 호스텔까지 15분 정도 걷는 중에 이질감을 느껴버렸다. 온통 공사 중인 거리와 시끄러운 도로, 사람들이 가득한 쇼핑거리, 론다에서 막 넘어와서인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호스텔에서 나눠준 지도를 받아들고 말라가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왠지 말라가에서는 오래 머무르지 못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져 그나마 말라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언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탄하지만 굽이굽이 늘어진 언덕길은 걷는 내내 발바닥을 힘들게 했다. 뒤돌아보며 그냥 다시 내려갈까 바다나 보러 갈까 싶다가도 이왕 올라간 김에 정상까지 보고 와야지 싶어서 계속 오르다가 결국 십오분 전에 이미 입장이 마감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장 시간이 제한되어있는 줄도 몰랐던 나를 탓해야 하지만 괜히 말라가 탓을 하게 된다.


다시 터덜터덜 내려가는 길, 도저히 안 쉬고 내려갈 수가 없어서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 잠시 앉아 쉬었다. 마치 부산 혹은 통영 같은 모습이 보인다.


구름과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이 겹쳐 보이는 곳. 꾸며져있지 않은 모습을 더 느끼고 싶었는데, 시골길을 걷다 와서인지 아무래도 낯설었다.


그래서인지 옥상에서 밤에 열린 샹그리아 파티도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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