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여행 -
@Granada, Spain
새벽까지 카페에서 긴급하게 작업을 끝내고 잠들어서인지 조금 늦게 일어난 오늘, 온몸이 건조해지는 걸 보니 가을을 느끼나 보다.
거리로 나와 어제 걸었던 그 길이 마음에 들어 또 걸어본다. 누에바 광장을 지나 다로 강 길을 지나 거의 끝에 와서 고개를 돌려 무심결에 걸어들어간 곳.
검정 술통을 테이블 삼아 앉아 뜨거운 햇살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햇빛을 가득 흡수하며 마시는 에스프레소가 쓰지 않다는 건 참 좋은 기분이다.
여행을 하다 보니 의문만 늘어갈 뿐 답이 나오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를 고민하고 알아가고자 떠나왔지만 오히려 지금까지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된다. 짧게 여행하던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 어쩌면 깨달음을 얻는 것보다 더 귀중한 시간. 나에게 무엇이 소중한지,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나를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가득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가볍다. 한참을 쉬어도 좋다.
살랑살랑 떨어진 노란 잎을 흔들며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숲 속을 걷는 것처럼 물이 구르는 소리까지 들리던 길이 끝나고 슬슬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적할 리가 없을 테지만 걸어가며 한적하기를 바랐기에 매표소를 지나 아트 상품만 둘러보고 내려갔다. 중간 어디쯤에 잠깐 고개를 드니 알바이신 지역이 어렴풋이 보인다.
나무 세 그루, 구름 하나 없는 하늘. 그 너머 보이지 않는 곳까지 걷고 싶은데 무릎이 아프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내일이면 호스텔 체크아웃을 해야 하기에 충동적으로 바다를 보러 비행기 티켓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