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요르카 도착 -
@Palma de Mallorca, Spain
백설공주 사과인 듯 새빨갛게 반짝이는 사과와 커피를 들고 짐을 챙겼다. 바다를 보고 싶었던 중에 저렴하게 나온 마요르카 비행기 티켓을 무작정 끊어놓고 찾아보니 저렴할 때에는 마드리드에서 왕복 3만 원으로도 갈 수 있는 제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저렴한 만큼 무지하게 독하기로 유명한 라이언에어는 떠나기 전까지 걱정을 한가득 심어주었다.
온라인에서 셀프 체크인을 꼭 해야 하고 프린트도 꼭 해야 하며 공항에서 유럽 외 국적인 경우 비자를 꼭 받아야 한다고. 그리고 기내 반입 7kg이 넘으면 무조건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한다고. 나는 체크인도 프린트도 안 했고, 기내 반입할 가방은 이미 10kg쯤 될 것 같다. 그래서 급하게 부랴부랴 전날 밤 호스텔에서 온라인 셀프체크인을 하고 티켓을 프린트하고 짐을 줄였다. 산지 얼마 안 된 샴푸도 기내 반입 가능한 용량이 넘어서 같은 방을 쓰는, 이제 여행을 막 시작한 오스트리아 여자에게 기부했다.
짐을 나눠서 최대한 무게를 줄이고 시간도 넉넉하니 지하철을 타고 공항까지 이동했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세 번을 갈아타고 공항까지 걸어야 하는 수고에 벌써 흔들흔들 지치고 말았다. 그리 일찍 오지도 않았는데 가뜩이나 비자를 받으러 간 창구는 문을 닫았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힘들게 줄 서고서 드디어 셀프 체크인 프린트를 보여주며 비자를 받아야 되느냐고 물었다.
'짐 맡길 거 있어?'
'아니'
'그럼 그냥 출국하러 가면 돼!
'...끝이야?'
'응'
'정말?'
'응. no more!'
라이언에어는 그렇게 싱겁게, 아주 간단하게, 가방 무게조차 검사 안 하고 티켓 검사조차 안 하고 비자조차 필요 없이 날 보내주었다. 왜 긴장하며 전전긍긍했을까. 프린트해온 셀프 체크인 종이로 출국하고 짐 검사하고 1분 만에 마드리드 면세점에 들어왔다. 무지하게 저렴한 면세점을 두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역시 조심하는 건 좋지만 너무 걱정하는 건 문제다. 생각해보니 170ml 클렌징 폼은 기내 반입 짐 검사에서 걸리지도 않았다. 샴푸를 괜히 넘겨줬나 보다.
가뿐하게 출발, 굉장히 심각한 소음과 함께 한 시간 반 정도 날아서 팔마 마요르카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곳은 밤인데도 24도. 따뜻하다. 공항 밖에서 1번 버스를 타고 팔마 시내까지 단 두 정거장. 아무도 없는 저녁 골목을 걸어가면서 아무도 없어서 굉장히 조용한 동네인가 싶었는데, 팔마 중심에 있는 호스텔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다.
3층에 위치한 호스텔, 나선형 계단을 올라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물을 가져다주며 모든 손님이 다 왔다고 신나하는 주인과 그 밤에 뭐가 그리 좋은지 나누는 말마다 손뼉을 치며 웃었다. 짐을 풀어놓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기분을 정리할 겸 씻고 거실로 나왔다. 15명 정도 인원만 받는 family hostel에 주인이 틀어놓은 음악과 반짝이는 전구가 맞물려 밤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모든 피로를 풀어주는 나긋함. 분위기에 취해 혼자 잠 못 들 것 같았는데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