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요르카 소예르 여행 -
@Soller, Mallorca, Spain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고 쉬는 일요일, 무작정 걸어 나와 버스를 타고 어딘가 떠날 생각으로 에스파냐 광장 옆 버스터미널에 닿았다. 기차와 메트로, 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 호스텔에 있는 마요르카 여행 책을 뒤적이다가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를 지도에 표시해두었는데,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 해서 타임테이블을 확인하며 곧장 떠날 수 있는 버스를 확인했다.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5분 뒤에 떠나는 소예르 항구 행 버스에 올라탔다.
자고로 소예르는 1912년부터 운행된 나무로 만들어진 기차를 타고 가서 항구까지 연결된 오래된 트램을 타야 한다고 하지만, 팔마에서 무작정 아무 데나 갈 생각으로 버스터미널에 갔기에 돌아가는 길에는 항구에서부터 트램을 타고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팔마 시내를 벗어나니 이제야 섬 같다. 소예르를 지나쳐 10분 더 가면 Port de Soller 이곳이 진정 소예르 항구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산 중간에 내려주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손짓해주는 곳을 따라 걸으니 5분도 안돼서 항구가 나왔다.
아주 작고 아담한 항구 마을을 따라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서 있다. 항구 바로 옆 비치와 근처 곳곳에서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 팔마의 항구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산과 물로 둘러싸인 이곳은 여백의 미를 잔뜩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맑게 일렁이는 바다는 처음이다.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바다, 잔잔하게 움직이는 물결에 나도 모르게 양말을 벗었다. 물론 보기와 다르게 적응이 필요한 차가운 바다였지만 햇빛에 달궈진 돌 위에 앉아있으니 물기도 금방 말랐다.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트램을 기다리는 동안 늦은 점심을 먹고 포르투갈 이후 사지 않았던 자석을 샀다. 4유로에 비싼 자석이었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데다가 엽서 모양에 트램까지 그려져있는 자석이니까, 흔하디흔한 자석들과는 달랐고 무척 마음에 들어서 도저히 내려놓고 갈 수가 없었다.
나무 엽서 트램 소예르 자석을 손에 쥐고 항구와 소예르 마을을 이어주는 오래된 트램을 탔다.
해안선을 따라 느릿느릿, 아주 천천히 산길을 지나, 소예르 마을 골목을 지나, 마침 파티가 벌어지던 광장 앞을 지나, 소예르 기차역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타긴 탔는데 티켓을 주는 사람도 요금을 걷는 사람도 없어서 그대로 무임승차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행히 소예르 마을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 낡은 가죽 가방을 멘 할아버지가 마지막 칸에 앉은 나에게 5.50유로를 받아 가셨다.)
곧 다가오는 기차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파티 중이던 광장으로 향했다. 호안 미로의 작품으로 꾸며져있는 기차역 내부 계단을 지나 성당을 둘러싼 광장 앞에서 플리마켓과 댄스파티가 열려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왔을 때처럼 트램이 지나갈 때 힘껏 손을 흔들어주며.
그러다가 마지막 기차를 놓쳐서 오래된 기차는 못 타 보고 버스를 탔다. 소예르 항구에서부터 사람들을 가득 채운 버스는 광역버스처럼 꽉꽉 채워서 출발했지만, 다행히 자리에 앉은 나는 역시 예측불가한 무작정 무계획 여행이 즐겁다며 불을 꺼주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