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요르카 마지막 날 여행 -
@Palma de Mallorca, Spain
팔마 마요르카에서 마지막 날 아침. 여전히 호스텔 주인 부부는 밝게 웃으며 크게 아침인사를 해왔고, 발랄하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식탁에 앉아 서로 눈썹을 꿈틀거리며 웃다가 항상 내가 먹던 대로 조식을 준비한다.
씻고 짐을 챙기는 나를 보고 '썬~~~(항상 이렇게 길게 불렀다) 오늘 떠나는 날이지?' 라며 다가온다. 오후에 약속이 있다며 미리 인사를 해야 한다는 그녀는 힘껏 껴안아 등을 토닥여주었고 어디에 있든 또다시 만나자며 따뜻한 말을 해주었다.
'정말 만나서 좋았어! 비행시간 전까지 짐 놓고 마지막으로 팔마를 즐기다 와. 갔다 와서 샤워도 하고, 네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며 쉬다가 가. 물론 열쇠도 갖고 있어도 돼.'
그녀의 말투는 늘 그랬다. 샤워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쉬다가~가! 그래서인지 말끝을 길게 늘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게 된다. 늘 있던 떠남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쉽지 않다. 그녀가 나에게 추천했던 마요르카 벨베르 성, 마지막 하루는 그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친절히 버스 노선이 표시된 영수증을 뽑아주며 탑승한 곳과 내릴 곳을 표시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내리자 문을 열고 '뒤 돌아서 표지판을 보고 올라가면 금방이야!' 라고 소리친다. 그의 말을 듣고 버스 내린 곳에서 뒤를 돌아보자 눈앞에 핑크색으로 칠해진 벨베르 성 표지판이 보인다. 그리고 살짝 열려있던 문 사이로 낮은 계단이 이어진다. 다들 투어버스 타고 오느라 계단을 오르지 않았나 보다. 어쩐지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4유로 지출하고 입장했다. 한 바퀴 둘러보면 이게 끝인가 싶지만 작은 문을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가면 팔마 역사 박물관도 있고 햇빛을 만끽할 수 있는 의자도 있다. 2층에는 인포메이션도 있고 각 방마다 설명도 적혀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보냈다.
그리고 지나가던 할아버지에게 수줍게 촬영을 부탁했다.
'제가 오늘 여기 마지막 날이라서요. 앉아있을 테니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웃으며 사진을 찍어준 그에게서 카메라를 받아들고 그제야 다리의 멍과 상처를 발견했다. 험해진 다리가 말해주는 긴 여행. 여행하며 넘어지거나 다친 적은 없었는데 여행이 길어질수록 다리가 험해지고 신발은 낡아간다. 지금까지 몰랐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기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하늘. 멀리 팔마의 시내와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이비자 등으로 향하는 배가 기대어있는 항구가 보인다. 그다지 높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곳에 있는 이곳은 사방이 보이는 서울 남산타워 같은 벨베르 성이다.
느릿느릿 걸어 내려가면서 어제 돌아가는 길에 슬쩍 봐둔 가게로 향했다. 시에스타가 걸릴 시간인데 다행히 열려있다. 어제 왔다가 닫혀있어서 오늘 또 왔다고 하니 더욱 부드러워진 공기. 메뉴판을 보여주며 이것저것 설명하고 메뉴까지 추천해준다. 모두 자신의 고향 음식이고 자신이 직접 만드는 핸드메이드 음식이라고 자랑하는 아저씨.
왜 마요르카에 왔느냐고 물으니 단지 햇살 때문이란다. 1년 전 팔마에 왔다가 따뜻한 햇살에 반해서 고향인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이곳에 오픈했다고. 정말 햇살 때문이냐 물으니 볼로냐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데 이곳 팔마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며, 그리고 이탈리아 음식은 피자와 파스타만 있는 게 아님을 알리고 싶다는 아저씨.
손수 만들어주신 티젤라를 먹으며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토르텔리니를 만드셨다. 내일 팔마를 떠난다고 하니 오래 머물러도 매력적인 곳이라며 다음에 또 놀러 오라고 인사해주시는 아저씨.
호스텔로 돌아와 또다시 해바라기 앞에 앉았다. 이젠 정말 짐을 챙겨서 나가야 할 시간. 정말 A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