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지중해를 지나 아프리카를 스쳐

- 마요르카에서 아부다비 여행 -

by 임선영
@Mallorca, Madrid, Abu Dhabi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더 예쁠 것 같은 팔마의 거리, 벌써부터 그리운 그곳을 뒤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밤 열한시.


체크인 창구가 오픈하는 시간까지 공항에서 노숙을 감행했다. 다행히 라이언에어가 있는 안쪽 공간에만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적당히 어두워서 잠들기도 편한 곳이라 얼른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찬 바닥 신세다. 와이파이가 연결되자 이상하게 잠도 안 오고 밀린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평소 잠이 많은 내가 그저 눈을 뜨고 밤을 새웠다는 게 신기할 뿐.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영어도 안 들리는 지경에 드디어 해가 떠오르고 힘들게 비행기 티켓을 받았다.


떠나야 할 시간, 마드리드에서 아부다비까지는 7시간의 여정이다. 잔뜩 찌들었지만 밝은 발걸음. 비상구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편했다. 탑승객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비상구 한 줄 전체가 비어있어서 심심할 때마다 비상구 자리에 앉아 창문 밖 하늘을 내려다보았다.


자리에 앉아서 이륙 준비하는 동안 살짝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비행기가 미동도 없다. 짧고 깊게 잤다고 마음대로 생각하느라 아직까지도 출발 안한 비행기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해서 창문을 바라보니 하늘이다. 역시 공항 노숙 후 비행기 안에서 이미 길고 깊게 자버린 나였다. 일어나자마자 과자와 주스를 받아들고 수면양말로 갈아 신고 영화를 틀었다. 위대한 개츠비. 기내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동안 지중해를 지나 아프리카를 스쳐 홍해를 건넜다. 그리고 아부다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후끈한 공기가 느껴졌다. 저녁 경유만 아니었다면 그랜드 모스크를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대신 공항 안에 샤워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팔마에서 출발하고 마드리드에서부터 공항 노숙하느라 샤워실이 절실하다. 기도실 맞은편 샤워실. 저렴한 도미토리 내 샤워실 같은 공간이지만 가방을 놓을 수 있는 공간과 옷을 걸어놓을 수 있는 고리까지 있으니 이마저도 감지덕지다. 물 한 방울 안 튀기고 잘 씻고 나와서 머리를 말려가며 말끔한 모습으로 저녁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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