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떠나왔다는 게 실감 났다

- 아부다비에서 말레이시아 여행 -

by 임선영
@Abu Dhabi, Malaysia


아부다비 공항에서 씻고 정신을 차려보니 스페인을 떠나왔다는 게 실감 났다. 첫 여행지 도쿄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왔던 9월 24일, 그리고 무작정 포르투갈로 넘어가서 밑으로 남부를 지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스쳐 마요르카로 훌쩍 넘어갔다가 11월 18일 마드리드에서 유럽을 떠나는 비행기를 탄 오늘까지.


포르투갈에 있었던 그때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론다에 머물렀던 그때가 믿기지 않을 만큼 오래전 일 같다. 심지어 스페인에서 7시간만 지났을 뿐인데 다른 언어가 들려와 기분이 이상하다. 분명 마요르카에서 예쁜 초승달을 보고 떠났는데 이곳은 반달이라니. 시간이 움직이는 상태를 볼 수 있는 자연 그 자체의 달.

아부다비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새벽 2시.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무료함을 달래던 중 탑승 30분 전에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호주도 당연히 비자가 필요 없겠지. 무비자로 3개월 여행 가능하겠지. 하지만 너무 쉽게 지역을 옮겨 다녔었나 보다. 부랴부랴 노트북을 재촉해서 간단한 정보 등록 후에 20불을 지불하고 비자를 얻었다. 발급까지 오래 기다리지 않고 결제와 동시에 비자가 발급되니 다행이다.

호주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관문, 쿠알라룸푸르에 무사 도착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털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는데 31도라는 습한 날씨가 적응 안 된다. 입국 도장 쾅쾅.

5년 전 그림을 그려 받은 돈으로 떠났던 스물한 살 자유여행으로 말레이시아에 왔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때도 역시 말레이시아는 캄보디아로 이동하기 위해 잠깐 경유하며 노숙해야 했던 상황. KLIA2 공항이 새로 지어져서 그때보다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노숙이 두렵지 않다.


KLIA 공항에서 단돈 2링깃에 쾌적한 기차 같은 익스프레스를 타고 3분 정도 달려서 KLIA2공항으로 이동했다. 할 일없이 공항에서 노숙하려다가 바깥공기를 쐬고 싶어서 인포메이션 센터 지도를 받아들고 근처 가까운 공원으로 나갔다. 공항에서 짐을 보관하는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서 어차피 공원에서 쉴 거니까 그럴 바에는 들고 가야지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31도의 더위와 동남아 특유의 습한 공기는 장시간 비행에 지친 나를 더욱 지치게 했고, 가까운 공원은 klcc 옆, 그러니까 5년 전에 내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보며 벤치에 누워 아마 다시는 이곳에 올 일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공원이다. 6시간 경유 내에 할 수 있을 일이라고는 쇼핑 밖에 없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덥기도 덥고 무겁기도 무거워서 공원에 들어선지 1시간도 안돼서 다시 익스프레스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와야 했다.


공항에 다시 돌아와 물 한 방울 안주는 에어아시아 기내에서 버티기 위해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가방 무게를 체크해가며 걸리지 않게 짐을 나누고 줄여가며 만발의 준비 끝에 출국. 장시간 비행보다 피곤했던 쿠알라룸푸르,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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