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에서 호주 멜버른 여행 -
@Malaysia, Australia
탑승 대기 줄이 끝없이 길다. 자리야 정해져 있지만 꼼짝없이 좁은 좌석에 들러붙어 가겠구나 싶었지만 다행히도 말레이시아에서 호주로 가는 에어아시아는 대형 비행기로 움직여서 가운데 한자리를 비우고 통로 자리와 창가 자리에 떨어져 앉을 수 있었다. 덕분에 팔걸이를 올리고 넉넉한 좌석을 확보한 후에 잠이 들었다.
물 한 방울 안주는 에어아시아 기내에서 버티기 위해 배를 든든히 채웠는데 자고 일어나자 그대로 소화가 됐는지 그새 배가 고파져 결국 기내식을 주문했다. 말레이시아 화폐인 링깃이 없다고 하자 어느 나라 화폐든 관계없이 계산은 가능하지만 거스름돈은 링깃으로 준다고 했다. 앞으로도 링깃은 필요 없을 것 같기에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 결제는 30링깃 이상 이어야 가능. 메뉴판을 살펴보고 30링깃을 맞춰 주문했다. 도시락, 신라면, 물 그리고 후식으로 말린 망고까지. 상큼한 망고를 깔끔하게 입에 넣고 질겅질겅 음미할 때쯤 맑았던 날씨가 흐려졌고 호주 멜버른에 도착했다.
아침 아홉시 반에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 줄을 기다리고 (그나마 나중에야 전자여권을 소지했음을 깨닫고 기다리는 줄에서 벗어나왔고 수화물도 없어서 빠르게 줄 설 수 있었으나) 출구로 나가는 줄까지도 기다리느라 스카이 버스를 열한시 반쯤 탈 수 있었다. 스카이 버스를 타고 서던 크로스역 근처에서 내려 호스텔까지 데려다주는 픽업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어마어마한 기다림에 지쳐서인지 어지러워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근처에서 멜버른에 왔음을 반기는 메리 크리스마스와 우중충한 하늘. 아직 크리스마스는 멀었는데 무슨 말인가. 으슬하다.
근처 슈퍼에서 물과 과일을 사들고 나와서 몇 걸음 떼지도 않았는데 비가 왔고, 호스텔로 들어가 라운지 소파에 누워 잠을 잤다. 그리고 체크인 시간에 맞춰 들어간 방 안 장기 투숙자들 사이에 비어있는 침대에 누워 그대로 또 자버렸다. 푹 쉬는 하루가 되어 자다 깨서 씻고, 자고 다시 깨서 가만히 앉아만 있다.
어느새 비는 그쳤지만 쌀쌀한 날씨. 그저 쉬고 싶은 마음에 가까운 공원에 가고 싶었다. 잠시 방황에도 그러려니. 걷다가 나이트 누들 마켓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했다. 한 바퀴 둘러보고 태국 음식과 일본 음식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팟타이 하나 먹고 나왔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가득한 멜버른에서의 늦은 밤. 우습게도 나는 또 이 상황에 빠르게 적응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