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멜버른에서 브리즈번 여행 -
@Brisbane, Australia
갑자기 바뀐 시간 때문인지 잠을 설치고 잔뜩 피곤한 상태로 아침 열시 체크아웃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침 일찍 나가는 것쯤이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홉시가 되었는데도 다들 자고 있는 어두운 방에서 짐을 챙겨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여차여차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마치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했다. 생각해보면 한두 시간 정도는 더 멜버른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짐을 짊어진 김에 떠나기로 했다.
멜버른 시티에서 공항까지 가는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공항에서 편도만 끊어서 왔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 결국 호스텔 앞 픽업도 못하고 그저 스카이 버스 타는 서던 크로스 역까지 무료 트램을 타고 가서 걸어갔다. 떠나기 전 무료 트램을 타봤으니 좋아해야 하는 건가. 그 와중에 멜버른의 쌀쌀한 날씨가 짐이 많아서 지친 열을 식히는 도움이 될 줄이야.
브리즈번으로 날아가기까지 두 시간 정도 남은 시간. 멜버른 툴라마린 공항에서 기내 반입 무게를 맞추느라 혼자 별생각을 다 했다. 공항에도 아름다운 가게나 빈티지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짐을 덜어낼 사람은 덜어내고 그중 필요한 물건이 있는 사람과 교환할 수 있다면 훈훈하지 않을까. 당장은 아름다운 가게가 없으므로 모든 짐은 온몸에 끼워두고 브리즈번에 가서 한국으로 보내야겠다. 분명 32도를 육박하는 브리즈번에서 털모자와 목도리, 스웨터는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정작 무게와 전혀 상관없는 자수 가위가 걸렸다. 지금껏 한국에서 이동하는 동안 한번도 걸리지 않았던 자수 가위였는데 이곳에서 걸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바늘을 안 뺏어갔는지 의문이다.
잔뜩 찌푸리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브리즈번으로 날았다. 친구가 보내 준 센트럴 스테이션 근처 스타벅스 지도 한 장 만 가지고 가는 길. 인포메이션에 물어물어 시내까지 가는 기차를 탔다. 그리고 와이파이도 없이 센트럴 역에 도착해서 약속 시간이 남아 역전 공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예상보다 덥지 않고 살짝 습할 뿐이지만 그마저도 서울 한복판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기분이라 개의치 않다. 머릿속을 브리즈번의 공기로 바꾸고 지도에 그려진 스타벅스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스무 살 때부터 갈게 꼭 갈게, 가고싶어 라고 말만 해놓고 한 번도 찾지 못 했던 친구. 그녀가 멜버른에서 캔버라로 지금의 브리즈번으로 이동할 때까지 단 한번도 찾아가지 못 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만나자마자 바로 이곳이 한국인 듯 주절주절 쏟아내었다. 참 오랜 세월과 시간이 걸렸다.
그날 밤, 우리는 변함없이 얼굴에 팩을 올려두고 한참을 떠들다가 잠이 들었다. 이곳이 브리즈번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