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비 오는 골목

- 도쿄 카페 여행 -

by 임선영
@Tokyo, Japan


아침에 일어나 살짝 들어오는 빛을 인식하고 조금 더 누워있을까 일어날까 고민하다가 배가 고프면 슬쩍 일어나서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내려간다. 느릿느릿 빵과 커피를 주문하고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어제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작업을 끝내면 열두시. 그제야 무거워진 몸을 들고일어나 어디를 가볼지 고민한다.

씻을 때도 옷을 입을 때에도 결정하지 못했다면 지도를 펼쳐놓고 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가 눈에 들어오는 단어로 결정한다. 길을 알 수 없어도 여행에 있어서 와이파이가 필요 없음이 점점 확고해진다. 작업할 때와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아침 인사를 나눌 때를 제외하고는 그 모든 시간이 와이파이로부터 자유롭다.


게스트하우스 직원에게 주변에 있는 괜찮은 식당을 물어보니 바로 옆집도 괜찮다며 낮에는 괜찮은 가격에 일본스러운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추천했다.


잔뜩 일본어로 쓰여있는 설명과 그림이 있는 메뉴판을 봐도 도대체가 무슨 음식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앞에 있던 여자에게 간단히 통역을 부탁하며 먹을 만큼 접시에 담고 나니 850엔이 나왔다. 역시 맛집은 현지인이 추천해줘야 한다고 특별하게 꾸며지거나 그리 유명하지 않아도 음식 하나하나가 다 맛있었다.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어제 만났던 그녀가 추천해준 곳에 가보려고 다시 다이칸야마로 향했다. 에비스 역에서 내려서 다이칸야마까지 걸어서 가는 길에 리빙샵이 많아서 소품들을 구경하느라 발걸음이 느려졌지만 가끔은 서두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보면서 지나가는 여행으로 인해 나의 생각까지도 여유롭다.

잠깐의 옆을 비켜나면 골목 사이마다 작은 가게들이 자리 잡아 분위기가 좋은 다이칸야마. 골목에서 골목으로 돌아 들어가는 그 좁은 골목길에서 미용실 위 카페를 발견했다.


미용실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 운영하는 건가 싶어서 카페에 올라가도 되는지 물었더니 너무도 당연하게 그냥 올라가도 된다고 했다.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만난 카페는 의외로 아담하고 아늑했다.


비가 살짝 오려던 분위기에 커피보다는 얼그레이가 생각나는 카페. 잠시 쉬어갈 만큼의 적당한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그 가운데 작은 테라스로 나갈 수 있는 큰 창문이 있어서 구름 낀 하늘과 식물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씨와 일본의 골목은 참 잘 어울린다. 차분하게.


이런 기분에 어제 만났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다시 그 자리에 앉아 리조또와 샹그리아를 시켰다. 비가 아주 조금씩 다시 오기 시작했지만 기분이 맑아서 맥주를 한 잔 더 시켰다. 기포가 올라오는 걸 보고 있으니 괜히 어지럽다. 결국 그녀를 다시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미 맥주를 마셨지만 침대 위에 짐을 두고 다시 1층 라운지로 내려와서 차이나 블루를 시켰다. 북적이는 라운지 사이로 한 명이 말을 걸어왔고 오늘 저녁에 다들 처음 만났다던 사람들 자리로 나를 초대했다.

'왜 일본에 왔어?'
'그냥 한국에서 가깝잖아, 그리고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비행깃값이 더 저렴해서.'
'스페인으로 갈 거야? 얼마나 머무를 건데?'
'아무 계획 없어, 스페인 가서도 얼마나 있을지 몰라, 돈이 되는 대로
'학생이야?'
'아니, 일 그만두고 여행 시작한 거야.'

일을 그만뒀다는 말에 모두가 박수를 쳤다.

'잘한 선택이야. 정말 즐거울 거야!'

옳은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릴 때쯤에 느끼는 괜찮은 시간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두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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