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브리즈번 공원 여행 -
@Brisbane, Australia
주변에 흔하게 있지만 작고 소중한 턱에 잘 몰랐던 것들에 대한 작업.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접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나뭇잎을 줍는다. 나무에게서 떨어져 나온 이곳의 잎들은 신기하게도 그림 그리던 시절 포스터물감을 섞어서 표현해야 했던 색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자연에 정말 이런 색이 존재하다니.
이렇게 매일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식물, 하지만 작고 소중한 턱에 늘 지나치던 것들과 시간을 지내는 일이 좋다. 그렇게 시간과 함께 지나가는 게 좋다.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 보면 시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큰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버스정류장 벤치에 쉬어 물을 마신다. 그리고 귀의 감각을 믿고 보통 차 소리와 다른, 길고 굵직한 바퀴의 소리가 들릴 때 슬쩍 일어나 내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된다. 알아볼 수 있게 활짝 웃어주면 버스가 가던 길을 멈추고 문을 열어준다.
시티에서 내려 카지노 건물을 지나 빅토리아 브릿지를 건넜다. 사우스뱅크의 넓은 공원은 아니지만 퀸즐랜드 뮤지엄과 갤러리, 주립 도서관을 감싸고 있는 산책하기 좋은 공원. 구름이 뭉쳐있다가도 빠르게 흘러가는 하늘 속에 바람은 일정하게 불어와 노란 꽃잎을 우수수 떨어뜨린다. 고층건물은 꼭 서울과 같아서 좋아하지 않지만 나무에 가려진 모습에 그나마 숨을 쉬어도 될 것 같다.
퀸즐랜드 뮤지엄에 들어가 무료 전시를 보려다가 아트갤러리 구경하며 나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시집 한 권을 구매해버렸다. 종이에 반해 냉큼 사버렸는데 글을 넘기다 보니 아무래도 한글만큼 담백하고 감각적인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친구의 일이 끝난 시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누군가가 소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해 널려있는 캠핑의자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떠들었다. 브리즈번은 슬슬 더워지는데 스리슬쩍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보인다.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며 잠시 한국에는 언제 갈까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