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나무 너그러운 품

- 호주 브리즈번 광장 여행 -

by 임선영
@Brisbane, Australia


뒤척이며 일어난 아침, 대책 없던 그때를 떠올리며 더는 욕심부리지 말고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하려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힘을 내자고 중얼중얼 곱씹으며 눈을 떴다. 유독 뜨거운 오늘 햇볕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문을 열고 시티로 가는 길, 그늘이 없는 길을 걸으며 몸이 무겁다고 느낄 때쯤 아주 큰 나무가 나타났다.


그저 거대한 나무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햇볕이 쏟아지는 쨍쨍한 날에 바라본 그는 시간을 멈추고 공기의 흐름을 바꿔놓고 그늘을 만들어내는 대단한 생명체였다. 잠시 그의 너그러운 품에 안겨 물을 마시는 적당한 쉼이 있어 햇빛이 두렵지 않다.


시티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광장에 놓여있는 캠핑 의자에 앉았다. 브리즈번 시티와 사우스뱅크, 주요 관광지와 쇼핑몰 내에 시의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가 있어서 그동안 여행하며 거울의 수단일 뿐이었던 핸드폰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영상 통화도 하고 노래도 들으면서 또 다른 여유를 즐긴다. 이어폰을 꽂고 캠핑 의자에 앉아 있으니 여행자의 시선을 넘어 시공간이 나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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