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저베이션
잠깐 들를 데가 있어
그와 손을 잡고 간 곳은
거울 하나, 가위 하나, 면도기 하나가 사이좋은
섬 속의 작은 이발소
한 뼘의 공간을
한 뼘의 의자,
한 뼘의 거울,
한 뼘의 보자기,
한 뼘의 햇살이
채우고 있다.
긴 면도날이 너의 뺨을 지나자
감은 눈꺼풀 위로 스며오는 행복
눈을 뜨면 거울 속에는 열 살이 어려진 남자
샘물이 아닌 면도거품을 바르고 젊음을 줍자
저 훌륭한 턱선은 나만의 것이지
숨겨 놓고 싶고
나만 보고 싶고
내 손의 저 한 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