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중학생 때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하는 거라고?
공부에 아무 의미 부여도 하지 않으면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던 학생이었기에,
나와는 거리가 먼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떠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스터디 플래너를 쓸 때 한 줄이라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들을 써내려 가야 했다.
효과는 괜찮았다. 그렇기에 1학년 때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학년 때는 바빠지면서 플래너를 점점 쓰지 않게 되고, 자연스레 동기부여도 쓰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당시 나는 그냥 했던 거다.
이번주까지 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고, 이번달에 치르는 시험이 있으니, 그냥 그걸 위해 하는 거다.
그리고 3학년, 마지막 학기까지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다시금 플래너를 적기 시작했다.
3학년이 되니 수험생이라는 신분이 확 와닿았고,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대학을 좌지우지하겠구나"라는 생각은 나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2학년 때 보다 나빴다.
그때는 막학기여서 그랬는지, 과정에 대한 피드백은 없이 그냥 내가 못했구나라고 결론짓고
내 고등학교 생활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그냥" 하는 것을 못했기 때문에 성적이 다시 나빠졌다고 생각한다.
동기부여는 나에게 추진력을 줄 수 있으나, 그 추진력은 그냥 하는 것에 비해 힘이 약하다.
심지어 그 동기부여는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어 원래 실력보다도 덜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반대로 그냥 하는 것은 추진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놓고 보면, 어느새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힘을 쥐어준다.
그렇게 "그냥"하기 위해서는 역시 큰 목표 하나만을 세우고 나아가는 게 아니라,
그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를 세우고서
이후에는 그 어떤 의문도 품지 않고 "그냥"하는 것이다.
동기부여에 의한 추진력은 자꾸만 의문을 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