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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moon society Aug 03. 2016

나무를 따라 걷는 이문동 산책지도

"우리 같이 걸을까?"

'이문동'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나요? 빼곡하게 건물로 둘러 쌓인 낡은 모습이 떠오르나요? 이문동은 개미집처럼 좁은 길이 여기저기 뻗어있는 곳입니다. 서울이지만 서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골목골목이 남아있는 곳. 이곳 이문동은 오래된 겉모습들과 다르게 늘 젊은 학생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오래되고 고요한 모습의 이문동에서 늘 바쁘게 움직입니다. 마치 얼마 남지 않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조급한 사람들처럼. 이들에게 '여유'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100명의 외대생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당신은 이문동에서 여유를 가지고 산책을 하나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예상대로 많은 외대생들에게 이문동은 여유의 공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학생들의 80%가 산책을 거의 하지 않고 그 이유는 시간과 장소가 없어서인데요.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쉬어갈 만한 작은 장소 하나 찾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게 느껴지는데요. 이런 이들을 위해 이문동의 숨겨진 힐링스팟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문동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학생들, 과제로 머리가 아픈 학생들을 위해 나무를 따라 걷는 작은 산책로를 제안해보려 합니다. 바쁜 당신에게 10분의 여유를 찾아줄 단 하나의 이문동 지도 '나무길 지도'를 공개합니다.


미니공원 사색길


이문동 하면 한국외대가 있는 동네로 떠올리기 쉽죠. 하지만 이문동이 집인 외대 학생들도 있습니다. 학교를 떠나 집에 가도 여전히 이문동에 있는 자취생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힘듭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져보려고 좁고 답답한 자취방을 나서면 거리에서 수없이 만나는 아는 얼굴들...... 익숙해서 질릴법한 아는 풍경들.....


해가 부쩍 길어진 여름,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겨울, 나무의 소리와 냄새를 맡기 좋은 봄과 가을까지! 사계절 내내 이런 자취생들을 반겨줄 이문동의 숨겨진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미니 공원'입니다. 미니 공원은 지도에 따로 마킹이 되어 있지 않을 만큼 '이무너'에게도 낯선 곳일 것입니다. 후문에서 출발해 카페 DNA를 지나 쭉 걸어가서, 주황색 간판 똘이네 슈퍼를 지나면 미니 공원이 보일 것입니다. 공원 한 바퀴를 도는 데에 채 3분도 걸리지 않을만큼 작은 공원인데요. 이 작은 공간에도 우리가 함께 숨 쉴 수 있는 나무와 벤치는 충분합니다.




한적한 미니공원에서 이어폰을 꽂고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혼자 캔맥주를 한 잔 마셔보세요! 바쁜 생활 속에서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비술나무 담소길


점심을 먹고 늘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는' 우리들. 늘 비슷한 하루하루지만 오늘은 조금은 달리 이문동 먹자골목을 벗어나 나무를 따라 산책을 해보세요. 만약 오늘도 어김없이 식사 후 커피를 사서 카페에 앉았다면 커피와 함께 카페를 벗어나 길을 나서보는 것이죠. 외대 정문에서 오른쪽 길, 가로수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꽃집과 가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빈티지 구제 옷집을 잠시 구경하고, 길가에 놓여진 꽃집의 화분들을 지나 롯데마트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문동의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주거단지가 있습니다.


피아노 학원에서 흘러나오는 어설프지만 경쾌한 아이들의 피아노 소리를 배경으로, 마치 동네의 터줏대감 같이 우두커니 서 있는 비술나무 그늘 아래 앉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 자리에서 110년을 지켜온 이문동에서 가장 오래된 이 비술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노라면 크고 작은 걱정거리들은 잠시 잊혀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혹은 친구와 함께 식후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들고 소화도 시킬 겸 시시콜콜한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거ㄷ다 보면 바쁜 학교 생활에 지친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젊은 골목길에서 벗어나 나이가 지긋한 비술나무를 찾아보세요! 아이스커피를 손에 들고 친구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거닐면 시원한 그늘 아래 비술나무 벤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외대 거님길


서울에 있는 대학교 중 캠퍼스가 작고 아담하기로 소문난 한국외대는 모두 지친 시험기간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숨겨져 있습니다. 깜깜한 밤에도 사람반 공기반인 시험기간 학교 도서관! 공부를 하다가 답답함을 느낄 때면 공부할 프린트를 들고 외대 반바퀴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정신없이 다니는 낮과 달리 조용한 밤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나왔다면 왼쪽 사이버관을 향해 보세요. 외대만의 작은 숲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은 나무들과 은은한 가로등이 밤만의 분위기를 더할 것입니다. 이 작은 숲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잔디광장으로 향해 잠시 밤공기를 마시며 나무계단이나 잔디광장에 앉아 지친 몸을 풀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가기 전 사회과학관 버드나무 아래에서 수다 한 판은 어떨까요? 버드나무 옆 널찍한 정자도 있으니 공부하다가 지친 학생들이 잠깐 쉬어 가기 딱 좋은 장소입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험기간, 멀리 갈 순 없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 외대상만의 쉼터가 있습니다! 상쾌한 밤공기를 맞을 수 있는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통해 공부의 효율을 높여 보세요!




ⓒ 강유진 박수진 이효진 임선우 황혜린








문화지도에서 더 많은 장소를 찾아보세요.

이문동 문화지도 : http://alertsky3.wixsite.com/i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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