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치지 못한 편지
사랑하는 당신에게
오늘 당신에게 듣고 싶은 대답이 있습니다.
하지만, 묻기도 전에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내 마음과 같지 않은 당신의 생각이라면.
차라리 듣지 않는 것만 못하니까.
아침에 일어나,
문득 떠오른 생각이 너무나 낯설어 놀라고 말았습니다.
눈을 뜨고 하루를 맞았을 때,
나 자신보다는 당신을 먼저 생각하는 낯선 이가
내 방 거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기 전에
자신보다는 당신은 식사를 했는지 궁금해 하는 이가
내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출근길에 만원버스에 시달리면서도
당신은 떠올리며 미소 짓는 바보를 보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갖고 싶은지를 잊고
당신이 좋아했던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어설픈 팔불출을 나는 보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 잠이 들 때면.
내일 또 하루, 당신에게 안식이 있기를
기원하는 이를 또 만나게 됩니다.
나의 얼굴을 하고 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너무나 낯선 그가,
이제는 조금씩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를 발견합니다.
오늘, 내가 당신에게 듣고 싶은 대답이 있습니다.
지금의 내 마음처럼 당신도 그러한지.
ps.
꼭 당신에게 붙이고 싶었던 편지입니다.
잘 지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