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있다
치킨을 시키면 기어이 튀김 옷을 다 벗겨서 먹는 사람.
프라이드보다는 스프맛이 강한 커리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
자기가 부주의해서 침대 모서리에 부딪쳐놓고 스스로 귀엽다고 말하는 사람.
음정, 박자 다 놓치면서 자기가 맞다고 우기며 옛날의 금잔디를 부르는 사람,
전혀 건강하지 않은 달달한 케이크를 혼자서 몇 개나 먹는 사람,
남들은 잘 소화하지 못하는 비녀나 머리끈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
냉면 먹다가 남의 물컵에 면빨을 뿜고 나서 수줍게 웃으며 시치미 떼는 사람.
자기도 어린 주제에 겨우 몇 살 아래라고 남을 "애기"라고 부르는 사람.
피 튀기는 스릴러는 잘도 보면서 귀신이라면 단어만 언급해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
양념을 거의 하지 않은 하얀 순두부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
맥주는 알러지 있다며 입도 안 되면서 데킬라, 소주 같은 독주는 잘도 마시는 사람.
방금 밥 먹고 돌아서면 금방 배 고프다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
걸핏하면 나한테서 삥을 뜯지만 전혀 무섭지 않은 사람.
그렇게 고기를 먹고도 전혀 티가 나지 않아 40킬로대를 유지하는 이상한 사람.
섬에서 태어났으면서 생선이든 해산물이든 입도 못된다더니 옥돔은 또 먹는다는 사람.
자기 전에 게임을 해야한다면서 꼭 몇 판을 클리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딸꾹질을 하는 사람.
그냥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어떤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