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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민 NIRVANA Mar 20. 2017

몬스터버스의 훌륭한 스타트

영화  <콩 : 스컬 아일랜드>

최근 허리우드는 세계관 확장이 유행이다.

DC와 마블 코믹스의 약진에 고무된 스튜디오들이 크로스오버나 스핀오프 등, 기존의 이야기를 확장시켜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고 너도 나도 스토리개발에 뛰어드는 추세다. 얼마 전에 개봉한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의 경우에도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프리퀄을 TV쇼 드라마 시리즈로 기획 중이라고 하니 이쯤 되면 세계관 확장(-버스)는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런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스타워즈’ 사가도 다양한 창작자들의 손을 거쳐 소설, 영화, 게임을 통해서 방대한 스타워즈버스가 형성되었다. 어린 시절에 열렬히 시청했던 ‘은하철도999’도 이른바 레이지버스라고 부르는 마츠모토 레이지(본명: 마츠모토 아키라)가 창조한 거대한 세계관의 일부이다. 여하튼 창작자 입장에서도 이런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해서 이야기를 확장해가는 작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안착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이야기의 시공간적 배경이야 차치하더라도 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칠 인물들, 즉 캐릭터뱅크는 최우선적인 필수 요소다. 그리고 그 인물들을 이끌 강력한 동인은 스토리 아크 역시 매우 중요하다.



마블 코믹스와 스타워즈라는 강력한 프렌차이즈를 확보한 디즈니에게 계속 뒤쳐지고 있던 워너는 DC코믹스 외에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 토에이에서 창조한 괴수왕 ‘고질라’의 판권을 사들여 2014년에 원작의 팬까지 아우르는 준수한 리메이크작을 내세운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세계관을 확장시켜 ‘몬스터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콩: 스컬 아일랜드’으로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킹콩’은 기존의 친숙한 ‘로맨티스트 거대 유인원’이란 이미지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다. 여전히 기사도 정신(?)과 페어플레이를 하지만 이전 작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피지컬로 훨씬 더 강력한 괴수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미소가 한창 냉전 중이던 70년 대 배경으로 하는 이번 작에서는 ‘모나크’라는 조직의 전사(前史)를 살짝 다루기도 한다. 사실상 패전이나 다름없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무엘 잭슨이라든가,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진 톰 히들스턴, 모나크의 핵심인물인 존 굿맨의 연기는 사실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모두 훌륭한 배우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내러티브는 그다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몬스터버스, 즉 이후에 펼쳐질 괴수대전쟁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일종의 파일럿 에피소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 성공적인 데뷔인 거 같다.



어떤 이야기든 설득력이 떨어지면 매력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 영화에서도 ‘괴수들’은 어디서 오는가, 하는 물음에 꽤 나쁘지 않은 답을 제시한다. 한창 유행이 지난 지구 공동체 이론을 가져온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퍼시픽 림에서 먼저 보여준 콘셉트를 인용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스컬 아일랜드라는 공간적 배경에 잘 녹아드는 장치였다.



영화 초반부터 가감 없이 보여주는 킹콩의 활약은 시원시원하다. 전작 ‘고질라’는 제작비 문제도 있었겠지만 너무 감질나서 좀 아쉬움이 큰 부분이었는데 이번 작에서는 보란 듯이 대놓고 괴수들의 현피를 시종 연출한다. 과감하게 드라마까지 포기해가면서 선택한 이 전략은 개인적으로 좋게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차기작을 기대하게끔 만든 일등공신은 아마도 엔딩 크레딧 이후에 나오는 쿠키 영상이 아닐까?



차기작에서 킹콩은 이번 작부터 훨씬 성장한 성체로 등장한다고 한다. 피지컬은 더 막대해질 테고 고질라와 대등한 싸움을 펼칠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개봉이 기다려진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괴수매니아라면 필견해야할 영화다.


팝콘 무지 지수는 3.5/5를 주고 싶다.

킹콩, 고질라를 좋아한다면 그냥 일단 관람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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