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각기동대>
많은 기대와 논란 속에 궁금해마지 않던 ‘공각기동대’가 드디어 개봉했다.
당연히 개봉 첫날 조조로 관람을 했다.
인트로부터 뭔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더니 결국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는 리메이크를 왜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허리우드 버전의 공각기동대는 원작 만화, 그리고 오시이 마모루 버전의 애니메이션, TV 시리즈인 SAC를 상당히 의식했는지 전작들과는 차별을 두려고 애를 썼으나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나쁜 리메이크의 예로 남게 되었다.
일단 플롯부터 그렇다.
10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속에서, 앞서 나왔던 작품들에서 몇 가지 요소를 한데 뒤섞었는데 이게 맛깔스러운 비빔밥이 되지 않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잡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를 테면, TV시리즈인 SAC 2기에 등장하는 메인 빌런 쿠제라는 인물을 끌어다 썼는데 뜬금없이 과거 남자친구인 것으로 엮었다든가, 원작에서의 본명인 쿠사나기 모코토라는 이름을 그런 식으로 차용한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애초에 원작이 담고 있던 철학적 담론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메이저 미라의 잃어버린 기억 찾기라는 단순한 플롯으로 진행된다.
무엇보다 애석한 것은 원작에서 주인공 ‘소사(소좌)’가 마지막 엔딩에 던지는 그 유명한 대사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체 왜?
처음에 공각기동대를 허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다고 할 때부터 의문이었다. 이미 근사한 리메이크가 있는데 굳이 또 만들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또 그것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원작과 오시이 마모루 버전의 주인공 ‘소사’는 굉장히 주체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허리우드 버전의 메이저는 과거의 기억에 천착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도리어 퇴보하고 만다.
이것은 원작의 ‘소사’와 허리우드 버전의 ‘메이저’ 사이에 존재하는 극명한 차이다.
원작에서의 쿠사나기 모코토는 과감하게 인형사와 병렬을 이룬다. 그리고 그녀는 모코토도, 인형사가 아닌 새로운 존재로 진화한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원작의 핵심이라고 보는데 허리우드의 제작자들은 그렇지 않나 보다.
원작의 공안 9과 멤버들은 하나같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다. TV 시리즈인 SAC에서는 이야기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각각의 멤버들과 모토코가 만나는 에피소드들을 한 회씩 할당해서 풍부한 이야기를 제공하고 세계관을 넓혔다. 매의 눈을 가진 사이토와 스나이핑 대결을 한다든가, 유일하게 의체화를 하지 않은 전직 형사 토구사의 전사(前史)라든가. 물론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그들의 개성을 다 드러내진 못한다. 하지만 주인공 ‘메이저’조차 갈팡질팡하는 판에 뭘 더 바랄까 싶다.
TV 시리즈 SAC 1기 마지막 화에서 음모세력에 대항하는 소사를 제거하기 위해 스나이퍼가 원거리 저격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그녀를 돕던 바트가 처절하게 ‘모토코!’라고 외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난 내 심정 또한 그렇다.
그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 쿠사나기 모코토 ‘소사’를 대형 화면에서 보고 싶다는 열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차라리 원작을 따라가면서 그대로 옮겼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그래서, 팝콘 무시 지수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