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일기장에서
음, 언제였던가,
꽤 오래 전에 여행을 하던 중에
어느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도 없고,
구름 한 점 없는 무척이나 더운 날씨였는데.
너무나 조용한 탓인지,
그런 고요가 무척이나 거슬렸죠
그냥 무심코 벤치에 앉으려는데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그 곳에
사람이 앉아 있을법한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듯 했지만,
그래도 분명 누군가 머물다간 흔적이었어요.
그것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고요함에 익숙해지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단지 누군가 머물다간 흔적을 보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을 혼자 여행해온 나인데도.
그날은 누군가 동행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친숙한 기분이었습니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기분을 안겨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 글쎄요.
메일을 확인하러 pc를 켰을 때,
그때의 저처럼 누군가가 머물다간 흔적을 보고
기분 좋은 감상에 젖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런 추억이 떠올라 발자국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