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안,김민주<모자문답집>(A auestion & answer book)
"아이가 실수로 컵을 깼다. 심하게 화를 냈다. 유리 조각을 다 치우고 나니 아이가 부엌문 앞에 서서 편지를 건넨다. 쓰기가 서툰 아이는 소리 나는 그대로 종이에 옮겼다.
Mamma e il coricino.
A te scusa che ho fatto cadere la bottiglia.
엄마, 나의 심장, 내가 컵을 떨어뜨려서 미안해요."
"아이에게 원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불만도 많아진다. 아이는 어떨까? 아이도 나에게 그런 마음일까? 아이에게 묻는다. 넌 엄마에게 불만 없어? 없어. 그럼 엄마에게 원하는 건 뭐야? 그건 내가 항상 말하잖아. 알면서. 말 안 해줄 거야.
-이안이에게 웃는 거?
-응, 그거. 엄만, 알면서. "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길 바라며 쓴 아이의 정서를 위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다. 동시에 엄마를 위안하는 듯한 책도 앞다투어 경쟁하듯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읽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곤 했다. 아이를 위한 글들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그대로 해보겠습니다.' 모범생이 따로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음에서 오는 자책들을 위로하는 책들을 찾아 읽었다. '네, 제가 행복해질 수 있게 해볼게요.' 역시 또 모범생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행복'의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아는 척 한거다. '행복'이 뭔지 또 한참 찾아헤맨다.
아이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에게 나의 감정을 들키면 아이가 잠들고 자책감에 빠지곤 했다.
어느 것 하나 완벽할 수가 없는 것인데 뭘 그리 욕심내었나 모르겠다.
멀리, 이탈리아에서 가정을 이루며 사는 이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이의 모습은 자유로움 그 자체.
미술관에서 바닥에 그냥 앉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바다로 그대로 뛰어들기도 한다. 석양이 비치는 바다에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보석이 따로 없었다. 아이의 서툰 모습들, 순진무구한 모습들이 고스란히 시공간의 제약을 떠나 한국까지 닿았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올지를 고민하던 그녀의 생각들. 그대로 머물며 보내오는 영상과 사진들. 영상 속에서 발코니 너머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위를 묻는 모습들까지. 외국 생활을 한다고 그녀는 그럴듯하고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인과 외국에서의 한국인, 외국인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의 그녀에 대한 감정은 무장해제된 상태이다. 그런 그녀가 매일 어린아이와 이야기 나눈 것을 독립출판물로 세상에 내어 보였단다. 타지에서 한국을 향해 신호탄을 쏟아 올린 듯이 말이다.
나 괜찮아요.
나의 생각 한 스푼, 아이의 말 두 스푼 담아냈어요.
벌써 지나버린 아이의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의 말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어요.
완벽할 거 없는 엄마이지만 엄마의 웃음을 가장 사랑하는 아이예요.
아이에게 책의 일부분을 읽어주니, 배시시 웃는다. 암만 생각해도 너무 귀여운가 보다.
아이의 말을 모아야겠다. 아이의 모습들을 주워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