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주 Sep 18. 2020

<함연:함께 씀> 가을 이야기

은유 <올드걸의 시집> 필사모임에 대해서


10월~11월 두 달 동안 이어질 첫 필사 모임이기에 <함연:함께 씀>은 '가을 이야기'로 부제를 정하였습니다.


우리가 함께 읽으며 기록해나갈 책은 은유 작가님의 <올드걸의 시집>입니다.




제목 위에 적힌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라는 부제에 여러 번 시선이 가 머무릅니다.




은유 작가가 블로그에 시와 함께 단상을 적어 내려간 글들이 곧 책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출판사의 사정으로 이르게 절판된 후 이 책을 찾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중고 서점에서는 정가보다 훨씬 비싼 금액으로 이 책을 내놓는 이도 있었습니다. 더 이상 출간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희소성이 있는 책이라는 판단에서일 겁니다. 





다행히 서해문집에서 올해 이 책을 복간하였습니다. 물론 책의 제목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올드걸의 시집>에는 두 번째 서문이 첫 번째 서문 앞에 실렸습니다. 감사함을 전하고 자신에게도 애정이 컸을 책에 대해 간단히 말한 후 서문이 나오는데 서문부터 저는 줄을 긋기 시작합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어딜 가나 치유와 긍정의 말들을 사나운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얼굴에 들이대어 삶에 눈멀게 할 때, 시는 은은히 촛불 밝혀 삶의 누추한 자리 비춰 주니까. 배신과 치욕과 절망과 설움이라는 분명히 존재하는 삶의 절반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덮어 두는 그 구질구질한 기억의 밑자리를 시는 끝내 밝힌다. "인간은 자기가 어떻게 절망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알면 그 절망 속에 살아갈 수 있다"는 벤야민의 말을 나는 시를 통해 이해했다. 시를 읽는다고 불행이 행복으로 뚝딱 바뀌지는 않지만 불행한 채로 행복하게 살 수는 있다. 그래서 황동규 시인이 말했듯이 "시는 행복 없이 사는 훈련"인 것이다."


- <올드걸의 시집> 서문 중에서




시를 읽는다고 삶이 행복으로 바뀌지 않음을 알지만 절망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을 믿는 작가의 말이 그대로 받아들여집니다.



시를 읽으며 온전한 모든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여도, 그 시가 가 닿는 감정의 결을 짐작하는 것 그리고 그 시를 며칠을 부여잡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필사모임을 한다고 정해진 부분을 똑같이 필사하거나 매일 필사를 해야하거나하는 여타 모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띄게 될 예정입니다.



어떤 날은 인용된 시를 적고 자신의 단상을 기록해보는 것이 될 것이고 또 어떤 날은 한 챕터를 두고 서로 다른 부분을 필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혹은 똑같은 부분을 함께 필사하게 될 날도 있을 겁니다. 어느 것이든지 간에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책에 빠져 지내는 시간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다른 시간이리라. 그 시간을 다른 여인이 살게 되리라.


그 시간은 다른 세게에 존재하리라.


그 세계가 다른 삶을 열어 주리라.


-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빌라 아말리아>





작가의 이전글 그녀의 여행에 무임승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