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연휴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애서가의 길에 접어든 것 같다. 두 권의 책을 읽었지만 따로 읽을 때도 빛났던 문장들은 함께 읽고 더 반짝이며 강하게 빛났다. 오히려 두 책의 연결 고리가 너무나 단단해서 새로운 빛을 발견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이 두 권의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것 같았지만 '함께' 읽고 나서야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를 우리 각자의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 산티아고가 극한에 치달을 정도의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산티아고와 소년의 관계, 산티아고가 홀로 있는 고독 속에서도 끊임없이 소년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산티아고가 돌아오고 소년이 누군가의 방해 따위에는 굴하지 않을 확신으로 노인과 함께 하겠노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또 무엇에서 온 감정이었을까?
<긴긴밤>에서 노든은 끊임없이 자신이 만나온 존재들을 떠올리고 자신을 떠나지 않겠다고 하는 어린 펭귄에게 펭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게 된다. 노든은 어떤 감정으로 자신이 코끼리 사회에서 배운 삶의 지혜를 그대로 다시 넘겨줄 수 있었을까? 노든은 어린 펭귄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서는 여정에서 수시로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든은 포기하지 않았고 마지막 힘을 다해서 일어나 어린 펭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어린 펭귄에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내보여준다. 많은 말보다 더 강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온 마음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들이 찾은 두 권을 연결하는 단어들은, 모두가 달랐고 모두가 옳았다.
책임감, 의지, 끈기와 연대, 의지하며 버텨내는 것, 사랑, 길동무, 격대, home, 함께 가는 인연, 돌아가야 하는 곳, 나로 산다는 것, 그리고 업. 의지와 해야만 한다고 믿는 것.
고전, 혹은 너무나 많이 읽히는 책들을 읽어나갈 때면 늘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모든 숨겨진 뜻을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놓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가들이 책을 순수하게 즐기려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스며들면 책 읽기는 순수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모임을 진행하며 뜻을 파헤치고, 무언가를 해석하고 알아내는 발제를 자제하려 노력했다. 일단은, 책에 나의 감정이 스며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비평가들이 계속 상징을 찾아내니 상징들이 있겠죠. 괜찮다면 난 상징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도, 질문을 받기도 싫습니다. 설명해달라는 청을 안 받아도 소설과 단편들을 쓰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들어요. 대여섯 혹은 그 이상의 훌륭한 해설가들이 계속해서 설명할 수 있는데 왜 내가 그걸 방해하겠습니까? 내 책 중 무슨 책이든 읽는 즐거움으로 읽어요. 그 외에 무엇을 찾건, 그건 읽는 사람이 독서에 들고 온 기준일 겁니다.
- 헤밍웨이의 말 45p
그럼에도, 질문은 멈추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이번 모임에서는 서로가 읽으면서 품었던 질문들을 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뜻을 해석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설임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경험하거나 생각지 못한 많은 것들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문장에 취하고 이야기에 매료당하는 책 읽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만나길 바란다.
모임은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서 진행되었고, 그 열정이 조금 사그라들면 정리하기가 쉬울 줄 알았지만 역시 쉽지가 않다. 두 권이 가져다준 지혜, 노인과 노든이 보여준 지혜와 그들의 삶에 존경과 경의로움을 함께 표하며 받아들이는 소년과 펭귄의 모습이 곧 나에게도 이어지는 것을 느껴서일 거다.
- 연대 독서모임 <채소북클럽> 모임을 진행하고 난 후.
: 함께 읽은 책 <노인과 바다>, <긴긴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