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전부터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허공을 맴도는 수많은 낱말들처럼 길을 찾지 못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당일에는 편두통이 계속되면서 몸과 마음에 신호를 보낸다.
제발 예민하게 굴지 좀 말라고
택시를 타고, 도착해서도 그 이상한 몸 상태는 사라질 줄 모르고 집에 돌아와서 쓰러지듯이 누워 잠들고 나서야 조금 나아지더라.
11월이 되면 또 머리는 심한 편두통에 시달리게 될지라도 일단은 또 한 번을 넘겼다 싶다.
그러고 보면 산전수전을 겪지 않았다지만 내가 지내온 많은 시간들이 그냥 물 흐르듯이 평안하지만은 않았네.
대학교 시절. 첫 직장생활. 무턱대고 호기롭게 올라와서 외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서울의 첫 직장.
일더미에 빠지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실감하게 한 두 번째 직장.
아이를 갖기 전 사무실에서는 마지막이었던 세 번째 직장.
아이를 낳고 잠시 배웠던 공예들. 1년 남짓 아이들을 대한 마지막 일.
그리고 지금의 일. 더불어서 또다시 배우는 공예.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었네.
여태껏 해온 독서라는 행위도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을 바라보면, 참 못나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듯한 나의 위치. 또 한 번 이렇게 흔들흔들하고 나서야 조금 더 마음을 잡고야 만다.
아이를 키운 지 7년. 여전히 나는 엄마 7년도 처음이니 매 순간 돌아보고 내 부족한 모습만 떠올리기 일쑤다.
아가 키우는것도 참 쉽지가 않더라.
내가 정말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제는 뭘 잘해야 내가 비로소 만족할지도 모르겠는 대책 없는 서른일곱
그래도 지금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지.
마흔이 되고,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나 마흔 중순을 넘어서면 조금 더 유연해질까.
안개 속을 헤매는 것처럼 어지럽고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하나 없어도.
종이에 새겨진 검정 글자들이 이끄는대로 가다보면 그 자체로 다행이다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