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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Oct 08. 2019

내 이름은.

내 이름에 대한 애정 품은 단상.

내 이름은 우연주다.


이미 내가 태어나면서 붙여진 이름은 나의 존재를 모두 감싸버리고 만다.

이 이름을 내가 좋아했다면 나의 내면은 어떤 감정으로 또 둘러 쌓여 오게 되었을까 생각해본 적도 많았지만,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지 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내 이름도 내가 되어 있었다.


한 번도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내 이름으로 불리는 것보다 불리고 싶은 다른 단어로 내 이름을 살짝 감추고 싶었다. 이름이 지어지게 된 이유야 뭐..! 나 역시 내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냐고 물어봤지만 나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허무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름이 특이하진 않으니 이름으로 놀림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흔하지만도 않으니 이름을 받아 적는 이에게 늘 추가로 설명을 해 줘야 했다.


그런 내가 뒤늦게 이제야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가는 거다.


'서현 엄마'

'서현이 어머님'


으로 불리는 순간들도 나를 행복하게 하지만 이제는 아이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더 당당한 나 자신 그대로를 보이고 싶어 지게 되니, 더 이상은 다른 단어들 뒤로 숨기 싫어져 가는 것.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이 늘어나면서 엄마 이름이 무어냐고 물어왔다.

아이는 내가 불러준 이름을 최대한 똑똑하게 발음하려 애썼고,

아이는 내가 적어준 이름을 또박또박 예쁘게 따라 적었다.


그걸 본 순간의 그 화끈 달아오를 정도의 기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 그러니 이제 정말로 내 이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진다.




지금. 내 이름 석자가 너무 예쁘다.


우 연 주 - 임금 우, 제비 연, 구슬 주


여전히 다른 이들이 이름을 물어올 때마다 "우유~할 때 우예요.", 혹은 "연주하다 할 때 연주 맞아요"라고 덧붙여 말하곤 하지만, 이제는 부끄러움이나 귀찮음이 아닌 그 사람과 한 마디라도 더 할 수 있는 특권 같은 것.

숨결을 더하는 것이니 나만 누릴 수 있는, 나만 아는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 고유글방에서 이름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쓰다듬어준 순간. 내이름을 더 애정하게 되었던 순간을 기억하며.

2019.10.08 아이가 막 잠든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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