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주 Oct 25. 2019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김포 독서모임 <책꿈맘> 이야기

무엇보다도 진정한 모습의 당신은 6번가에서 달려오는 차들이 우르르 쾅쾅 소리를 내고, 은색 가위가 같은 초록색 줄기 하나를 자르는 당신의 부엌, 바로 여기에 살아 있다. 메릴 스트립과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그 어딘가에 살아 있듯이.

<디아워스> 145p


처음은 소소하게 시작된 책꿈맘모임이 시간을 흘러오는 만큼, 함께하는 이들도 바뀌어져 갔고 

여전히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에 속상함을 느끼기도 할 만큼 몰입하여 책을 읽어나가기도 하고

혹은 읽어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포기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많은 시간이 아니어도 하루 두 시간 남짓되는 시간을 함께 생각을 나누기 위해 만난다.


매번 같은 책을 정해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다가 이번에는 서로 각자의 책을 읽고 그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다른 책인데 결국은, 행복과 내면의 이상향, 여자의 삶. 내부로의 생각에 더 집중하는 것만은 똑같았으니 서로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그 순간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 시간이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꾸베 씨의 행복여행 / 프랑수아 를로르

디아워스 / 마이클 커닝햄


책꿈맘을 하면서, 초기에 가장 많이 우리가 했던 이야기는 우리가 책을 읽는다고 많은 것이 바뀌게 될까?

우리의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함께 읽고 싶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들어보고 싶은 용기만은 분명했으니 계속되어 왔다. ^^


책을 읽고 나서 변화를 원한다면, 당장 빠른 변화를 낼 수 있는 것은 자기 계발서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행동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바로 세울 수 있느냐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변함이 없고

자신의 생각을 바로 세우는 것이 어쩌면 평생에 걸쳐서 가능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결국 어떤 독서모임도 정확한 방식의, 정확한 방향이 따로 없다는 것만은 점점 더 강하게 드는 생각.


사람들의 결이 모두 다르고, 책들의 분위기도 모두 다르니 정해진 독서 방법이 있을 리가 만무하고,

발제를 하면서 고심하면서 읽어나가고 토론을 하면 마음속 한 구석이 깨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와 닿을 수도 있고 또 어떨 때는 그 책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몰입된 순간을 서로 이야기 나눌 때 그 느낌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경우도 있으리라고.


여전히 책을 대하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매번 실수를 경험하고 나서야 또 한 번 내 안의 뭔가가 깨어지고 나서야 또 변화가 오는 것임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는 걸.

또 얼마나 많은 경험들이 쌓여갈지 모르지만, 내가 책으로 이어진 인연들을 만나오는 한 무수히 많이 반복되겠지만 기꺼이 그 반복됨을 허용하고 싶다.



나의 생각이나 나의 방법이, 그대들의 생각이나 방법들 역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말하고 싶은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계속 떠올라서 뒤늦게 덧붙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서투르면 어떻고 조금 다른 생각이면 또 어떤가.

자신 내부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는 그대,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작가의 이전글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