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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Sep 10. 2018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 한명석 / 고즈윈

                                                                                                  

내 책장에 그대로 자리만 차지하며 지내길 몇 년이 지나고서야, 마치 책이 나를 부르듯이 나도 모르게 이 책을 계속 만져보다가 꺼내 들었다.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왜 지금에 와서야 이 책을 집어 들었을까?

어떤, 이론적인 방법을 다룬 책들에 회의감을 느껴왔으니, 이 책도 문득 그런 책이 아닐까하는 아주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된것도 같다.

사실, 글쓰기? 좋아한다. 잘쓰든 못쓰든지간에, 사실 잘쓴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쓰는 행위 자체는 좋아한다.
활자 중독처럼, 책 중독처럼 글씨가 있는 것은 일단 편해지고 마는 독특한 성격이기도 하고. 헌데 초등학교때 언제부터인가 글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그 어린이가 두렵다고 생각은 안했을테지만, 내가 가만히 그 어린애를 마주하고보니 두려움이더라) 독서가 진짜 좋았지만, 독서 동아리를 든다거나, 편집동아리를 드는 것도, 나에겐 대단한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나 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하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항상 변두리에서 그녀들을 (여중,여고를 나왔으니) 동경하며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도 내가 뭐 대단한 아픔을 딛고 일어선 것도 아니고 내가 커리어적으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 줄 만큼도 아니고, 책도 아직은 읽어야할 책이 더 많으니 무슨 글을 쓰겠나싶긴 하지만, 진짜 이런 평범한 삶을 들여다보는 이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니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흔들리기도 하고 또 갑자기 굳건해지기도 하는 아주 평범한 대한민국 아이 엄마이자 열정이 내면에 꿈틀대는 여자의 이야기. 그냥, 조금씩 해나가고 싶지만 어디서 글쓰기 강의를 들은것도 아니고, 칼럼을 쓰는 것도 아니니 참 막막하구나 싶을 때, 이 책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를 읽고서 거의 쌍둥이 책과도 같은 이미지로 쓰여진 책이라며 얼른 샀지만, 여태껏 책 등만 쓰다듬었지 내 속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저자는 이미 중년을 지나고 있는 나이의 여자. 많은 이들을 글쓰기로 이끄는 위치에서 다독이며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글쓰기를 해야만 하는 이유, 이 길에 들어서며 자신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할 때 생각해보며 쓸 규칙들. 그리고 마지막은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을 이룬 이들.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내고 있다. 

자신의 희노애락이라던가 역경, 고난들을 펼쳐내며 자신의 자서전처럼 쓰지않아서 더 좋았는데, 마지막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너무 부풀리지도 않고 절제하며 소소하게 적어내니, 나는 그런 모습이 더 좋았다. 

그리고 글쓰기에 한결같이 많은 힘을 실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걸 지나서 삶을 관통하는 지혜가 조금씩 보였으니 나에겐 지금 이 순간에 이 책이 마치 내 방향의 지침서처럼도 여겨졌다.









이제 문제는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누가 될 수 있는가'다. (...) 어떤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타고난 기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가꾸어 가는 것이 훨씬 주도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보장해 줄 것이다. be가 아닌 becoming이라고 하듯, 자신의 운명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이 될지 각자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다.









처음 이 부분이, 마지막까지 결국 저자의 모든 신념에 바탕이 되는 내용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만드는 인생이고,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더 이상 어떤 상태에 이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세상이다. 반대 입장을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믿는다. 무엇이 될지보다 그것을 위해 어떤 과정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하는지가 그 무엇이 되더라도 '어떤' 무엇이 될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냥' 무엇은 누구든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떤!' 무엇은 자신의 신념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겠지.









두 눈은 반짝이고, 볼은 상기되고,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연신 벙글거려져 사랑에 빠진 것을 숨길 수 없듯이, 글에도 활기가 가득찬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주위에 생기와 부러움을 퍼뜨리듯,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쓴 글은 읽는 이를 자극한다. (...) 그대,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무엇보다 삶과 사랑에 빠져라. 생에 대한 열렬한 에너지가 독자를 매료시킬 것이니, 그것이 매력 있는 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이 글에서 나는 심장이 두근거림과 동시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이렇게 생을 사랑한 적이 있었나싶었고, 그걸 생각하느라 머리를 바쁘게 굴리는 게 부끄러운 마음에서였다. 지금 나는 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것인지 생각으로 흘려보낸 것들이 또 그냥 빠른 구름처럼 지나갔다. 평소 글을 쓰면서도 (지금도) 노트에 적는 것보다 즉석으로 바로 적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그 많은 생각들이 어디로 다 가버린건가, 지금 아무리 애를쓰며 생각해봐도 헛것이 되어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많은 사소한 것들도 그것을 바라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하면서 이루어지는데, 그 생각들이 다 어디로 가 버린 것인지. 그냥 그걸 아무렇지 않게 흘려 보내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삶과 사랑에 빠지고, 그걸 붙잡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행동이 달라지지 않고 다른 삶을 기대하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정신병자다. 갈 곳을 모르면서 그곳에 닿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외면한다. 이처럼 단순하고 분명한 경로를 모른척하고 재미없고 종속된 삶을 감내한다. 그래 놓고는 '진정한 나'를 찾아 부심한다며 불안과 의구심 속에 시간을 낭비한다. 마음을 다해 도달하고 싶은 곳을 찾는 것이 그토록 힘들다면 할 말은 없다.
Design First ! 우선 갈 곳부터 정하라.









아직도 가는 길 위에서 흔들리고, 아마 도착하고 나서도 여전히 흔들릴테지만 내가 생각하고 믿는 것을 조금은 미련스럽게 따라가보려 한다. 나는 갈 곳을 정했다. 그러니 간다.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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