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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Apr 02. 2019

종이의 신 이야기

오다이라 기유우 / 책읽는수요일

                                                                                                                                                                                                                                                                                                                                                                                                                                                                                                                                                                       

읽는 내내 나도 여행을 떠나고 종이를 만져보는 착각에 빠지고 싶었고, 약간은 그러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뭔가가 모이는 그 황홀경에 빠질만큼의 끈기는 없는 탓인지


일단은 큰 의미없이 박스에 실려나가기 바빴던 나를 거쳐갔던 수많은 종이 더미들이 생각났다.





여행을 하고 있는 당시에는 종이도 모조리 모으던 내가


다녀와서 몇 년이 지나면 정리의 이유로 버려지던 종이를


왜 붙잡고 더 끌어모으지 못했나 생각도 들었다.


(뒤늦게, 이제서야. 종이들을 아끼다니. 미안한 마음 ㅠㅠ)



책은 종이를 둘러 싼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무엇보다도 종이의 질뿐만 아니라,


종이에 새겨지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역시 사람이야기였으니깐.


그 사람들이 지닌 고집스러운 모습들과, 


고집스러움에서 시작되었을 그들의 신념과 삶의 태도와 애정이 보였다는 거다.



종이의 여러 종류들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


그 종이를 둘러싸고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종이가 이제는 사라지니 그들이 남긴 것이 귀한 대접을 받게된 이야기


나도 기꺼이, 나를 둘러싼 수많은 종이들을 한번 씩 더 만져보게 된다.





지금도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옆에 수십권의 책이 열맞춰서 서 있거나 눕혀진 상태로 쌓여있다.


양장본과 반양장.


그렇게 쉽게 구분되기도 하지만,


그 한 권 한 권의 표지와 내지의 느낌, 색깔, 향까지도 모두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양장보다 페이퍼로 된 표지를 더 좋아하는 나는,


거기다가 코팅된 종이보다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내가 애정을 갖는 책들은 한번 더 쓰다듬고, 질이 날대로 난 상태 그대로를 또 쓰다듬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펭귄클래식 코리아 판본을 좋아한다. 이 책에 펭귄북스의 이야기가 나오니,


나는 또 푹 빠져서 읽었다는 것.)



내 취향이 좀 독특한가 싶을 정도로,


너무 까탈스러운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 말이지.


그래도 그런 게 나에게는 편애를 받는 책이 생길 수 밖에 없게한다.







책 속에는, 포장지에 대한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고


실제 사용되었던 일본 포장지의 디자인을 사진처럼 여러장 실어 두었다.


책을 읽고나니, 이 디자인은 어떤 의도로. 어떤 마음으로 새겨지게 되었을지.


저 두께와 간격들은 또 어떻게 고려해서 위치해 놓았을까.


서체는 또 왜 저렇게 하였을까. 생각해보게 되니. 이 책에 단단히도 빠졌다싶다.




포장해서 선물하고


받은 사람이 내용물을 꺼내면 그 역할은 끝난다.


포장지는 잠깐 동안의 생명.


그러나 그 덧없는 한 순간에


점포의 위신과 긍지, 시대의 향기와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단지 맛있는 음식을 포장했을 뿐인 조역은


주역인 음식 없이도 순수하고 아름답다.








유럽과, 일본에 소개된 장인들. 그들의 마음이


여러 세대를 거쳐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 책을 감싸고, 그렇게까지 포장을 해서 보내는 이유들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물론, 마케팅적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내 대답을 듣고 나서는 모두들,


책이라는 것과 책을 포장해서 보내는 것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줄 모른다고.


조금 놀라워하긴 하였다.


내가 유난스러운건가 싶은 생각도 들긴했지만


그래도 이게 내가 하고싶은 것이니.



내 마음이 변하거나 흔들리지 않으면 되는거겠지.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덮었다.









종이라는 게 어차피 시간이 지나고 빛을 쬐면 퇴색하게 마련, 변화하고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완성품이 아니다.








나는 이 문구가 너무 좋아서,


마지막으로 바치는 문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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