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주 May 04. 2020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에 대해.

김현경 / 사람장소환대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말해서 사회는 하나의 장소이기 때문에, 사람의 개념은 또한 장소의 존적이다. (...) 우리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된다. 사회란 다름아닌 이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렌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는 '현상 공간'이다. 이는 사회가 고정된 지리적 경계를 갖지 않음을 함축한다.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57p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비문학 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사람과 장소, 환대라는 키워드는 내가 지내는 동안에는 내내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언젠가 읽어봐야지, 내내 마음만 먹다가.



사람의 영혼이 어떤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을 제시하면서.


태아, 노예, 군인, 사형수. 4가지 사회적 지위(사실, 이것도 옳은 표현은 아니지만)의 사회 내 받아들임, 인정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큰 이야기의 흐름을 시작한다. 과거와 현재에서의 변화를 함께 이야기하면서. 태아의 존재, 더 나아가서 아이들의 존재들과 가치도 과거와 현재가 아주 달라지지 않았나. 노예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 나에겐 받아들여지거나 현실적인 느낌이 덜했는데 아래 문장이 가슴 아리게 했다.



"노예는 상징적인 공간으로서의 사회 바깥에 있다. 그래서 비록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사회 안에 들어와 있더라도 노예는 다른 사람들의 눈앞에 동등한 사람으로서 현상하지 않는다."



지역적인 사회가 아니라 '현상공간'으로서의 사회 안에서 사람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역시, 쉽지가 않은 내용이지만 충분히 얼른 이어서 읽고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리고 이렇게 비문학을 중심으로 읽어갈 땐, 꼭 시집을 읽어줘야 하지.







어느 저녁엔 


내 몸에 살림 차린 이들


밥물 끓는 소리



등본은 발급되지 않고


번지수가 없어


오늘도 짐 풀지 못한 채


마루 끝에 앉아 있다



(...)



어둔 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닮은 이 있네


문득 나 또한 누군가의 몸에


세 든 것을 알았네





허은실 <야릇> 중에서 /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