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쉬어가는 글

by 여우씨

물고기의 작은 비늘이 그물에 걸렸다.

물고기는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그물이 더 깊게 파고들었다.

결국 물고기는 탈출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물 밖의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물고기는 안다.

하지만 그물 안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물 안에서는 편안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고

제한적이지만 나름 움직일만한 공간도 있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도 물고기는 두렵지 않았다.

파도에 휩쓸려 저 멀리 멀어져가는 다른 이들은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물고기의 공간은 안전했다.


하지만 물고기도 가끔 불안할 때가 있었다.

다른 물고기가 물고기의 공간을 침범할 때면

물고기는 먹이를 두고 경쟁해야 했고,

안그래도 작은 공간에 뒤엉켜야 했다.


그래도 물고기는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조금만 버티면 다른 물고기가 사라진다.

그들이 어디로 간지는 모른다.

물고기는 그저 자신의 작은 공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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