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대, 위대한 유산
2022/04/24(일) 14:00
TOM1관
F열
150분(인터미션 15분)
66,000원
핍 정동화
에스텔라 한재아
조 이경수
해비셤 정명은
매그위치 왕하성
재거스 이선근
가저리 부인 윤데보라
펌블추크/웨믹 심건우
벤틀리 전찬욱
신사가 되는 거야.
누구보다 멋진 완벽한 신사!
과거를 반추하며 성장하는 이야기 속 풍자 거리가 넘치는 소설, 1861년에 출판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2021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소설을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녹여내려니 당연히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2막 후반부에 급히 마무리 지으려는 느낌이 있어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극의 큼직한 이야기와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줄거리
19세기 중반 영국의 한마을에서 누나, 대장장이 매형과 함께 사는 핍은 크리스마스에 부모님 묘지를 갔다가 탈옥한 죄수를 만나게 된다. 죄수는 핍에게 칼과 총, 음식을 가져오라고 협박했고, 핍은 그를 도와준다.
그 사건이 기억에서 사라질 때쯤, 마을의 최고 부자이자 과부인 미스 해비셤이 수양딸 에스텔라의 놀이 상대가 될 소년을 찾고, 핍의 숙부와 누나는 핍을 해비셤의 저택인 '새티스 하우스'로 보낸다.
핍은 에스텔라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거만한 에스텔라에게 모욕을 당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그 후 에스텔라는 유학을 떠나지만, 핍은 여전히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그런 핍에게 런던에서 제거스라는 변호사가 찾아와 핍에게 상속된 유산이 있다고 말한다.
핍은 출처도 알 수 없는 후원금을 받아 신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진정한 신사가 되기보다는 허세를 부리며 과시한다.
사교 파티에서 만난 사람 중 족보부터 상류층인 벤틀리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족보는 살 수 없다고 핍을 놀린다. 마침 매형이 핍을 찾아오는데, 벤틀리는 매형이 평민이라는 사실을 알고 핍을 비웃는다. 핍은 매형에게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며,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믿었던 매형을 밀어낸다.
그 후 핍은 예전에 도움을 주었던 아직 죗값을 치르지 않은 죄수 매그위치가 자신의 후원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죄수의 아들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며 절망한다.
그 와중에 매그위치의 딸은 해비셤의 수양딸로 입양된 에스텔라이며, 해비셤이 에스텔라를 이용해 남자들에게 복수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거기에 에스텔라는 상류층 껍데기라고 생각했던 벤틀리와 결혼한다고 한다.
핍은 유산 상속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에스텔라와 불타버린 새티스 하우스에서 다시 만난다.
"더 이상 비천하지 않아, 이젠!
내게 이런 찬란한 행운이! 이건 분명 위대한 유산
...
그 집에 어울리는 나 그 애와 어울리는 나
그게 당신 뜻인가요!"
핍은 후원자가 해비셤이라고 확신했었다. 에스텔라와 자신을 이어 주기 위해 자신을 신사로 만드는 일을 계획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정체 모를 유산을 위대한 유산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번역본이 '유산'인 거지, 원문은 expectations로 '기대 또는 바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가 없이 주어진 무언가는
받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고,
또는 기대했지만 그 기대와 다른 것이 현실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대했지만 실패하며 배우는 것에서 우리는 또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기대'라는 것이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지만, 핍처럼 한층 성숙한 인간으로 발전하게 되는 '유산'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린 시절 핍은 단순히 매그위치가 무서워서 도와줬겠지만, 그는 핍을 기억하고 은혜를 갚았다. 그런데 핍은 그를 혐오하며 멀리한다.
하지만 '신사가 되기 위해' 유일하게 사랑으로 대해준 매형을 버린 자신과 매그위치를 비교하며, 자신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훌륭한 매그위치를 돕는다. (결국 매그위치는 또 핍을 위해 희생)
그래서 죄수를 옹호하는 건가-라는 또 쓸데없이 융통성 없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는 것 없이 놀고먹는 상류층과 다르게 죄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며 돈을 모으고 따뜻하게 베푸는 것이 핍이 매그위치에게 받는 위대한 상속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