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쩔 거야, 리지?
2022/04/24(일) 18:00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B구역 7열
120분(인터미션 15분)
77,000원
리지 보든 전성민
엠마 보든 김려원
앨리스 러셀 김수연
브리짓 설리번 이영미
Lizzie Borden took an axe
and gave her mother forty whacks.
When she saw what she had done,
she gave her father forty-one.
그 당시 동네 꼬마들이 구전 민요처럼 불렀다던 리지의 살인 행적
(실제로는 애비 보든은 18번 정도, 앤드류 보든은 11번 내리침)
이렇게 안 쉬고 노래시키는 뮤지컬은 정말.. 대사가 극의 10%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넘버 28곡 쭈욱 부르고 커튼콜에 3곡을 또 불렀...
광란의 관극, 흡사 콘서트-
천장 뚫리는 네 분의 목소리만 들으러 와도 충분했다.
n회차 회전러에 둘러싸여 싱어롱 제대로 즐기시는 관객들을 보며, 배우님들은 또 얼마나 신이 날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락의 큰 팬이 아니라, 다른 관극 때처럼 끌리거나 마음에 남는 넘버는 없었지만,
화면 전환, 조명뿐만 아니라 네 분의 케미와 연기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최고였고,
미제 사건인 만큼 팩트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작품에 숨겨놓은 요소를 찾는 재미가 있었던 극이었다.
[No.02-04]
엠마와 리지가 앤드류 보든(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증거는 없다.
실제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람들은 살인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듯하다.
일부 사람들은 앤드류 보든이 엠마, 리지뿐만 아니라 브리짓에게도 몹쓸 짓을 했다는 의견도 있다. (브리짓은 사건 당시 25살)
심지어 보든 부인이 이런 폭행을 알면서도 방관했다거나 도왔다는 추측도 마구 나오는.
뭐가 진실이었든, 그런 아픔을 표현하는 융리지 너무 잘한다..!
[No.05-07]
연기를 보다 보면 앨리스가 리지를 먼저 마음을 품은 것처럼 보이는데, 연인으로서였는지 친구로서였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리지가 마음을 열고난 후부터는 급격하게 가까워지는데 아버지에게 당한 폭행으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끌렸다는 설정인 것일까?
[No.08-09]
보든家가 부자라니까, 얼마나 부자일까 싶었는데- 이 가족 생각보다 유서가 깊다.
1714년 Fall River의 방직 산업을 이끈 리처드 보든의 후손에다 앤드류는 은행장이었고- 근데 그 어마어마한 유산을 '보든 부인'에게 상속하겠다니!
엠마는 아버지가 수정한 유언장을 들고 흥분하며 변호사를 만나겠다고 떠나는데, 이 유언장의 내용이 되게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아버지가 먼저 죽으면, 아버지의 재산은 어머니에게 가고 어머니가 죽으면 그 재산은 어머니의 가족에게 갈 테니- 그래서 어머니가 먼저 죽어야만 했다.
그래야 어머니의 재산이 아버지에게 가고 또 그 재산은 두 자매에게 가겠지..?
암튼 그래서 그때 당시 받았던 유산은 $300,000 (21년 기준 한화 약 110억)
[No.10]
이 넘버.. 뭔데 이렇게 좋지..? 전혀 그렇지 않은 내용인데 리지와 브리짓의 오묘한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린다.
[No.11]
지문은 '헛간에서 시원하게 배를 먹었다'지만 이 배가 나에겐 야릇하게 다가왔다.
실제로 과일, 열매, 개화(開花)는 여성이나 임신, 성적인 관계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되는 비유이기도 하며, 특히 배는 여성의 형체를 닮아 있기도 해서 리지와 앨리스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는 정말 찰떡이라고 생각했다.
[No.13-15]
앤드류가 비둘기의 머리를 모두 잘라 죽였다는 건 팩트지만, 이유는 다르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극 중에서 나온 이유가 극에는 훨씬 더 잘 어울렸고, 개연성을 주기에 충-분.
드디어 등장한 도끼에 나의 심장도 뻠쁘질.
씨*, 다 x가
[No.17]
실제 브리짓은 이민자로 자매보다 어렸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어 어떤 성격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에서는 자매가 브릿짓에 약간은 의지했다는 느낌도 들었고, 브릿짓도 그들과 한편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처음에는 '이 극의 내레이터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척해 주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부추기고 돕는 존재로 표현되는 걸 봐선, 아버지에 당하고 사는 자매를 돕고 싶어 한 걸 수도.
[No.18]
개인적으로 젤 기대(?)했던 넘버였고, 실제로도 세상 속 시원했던 WTF
[No.21]
네 배우의 합이 정말 돋보였던 넘버였다.
엘리스의 내적 갈등과 흑화한 세 분이 자꾸 왔다 갔다 하는 게 흥미로워서 앨리스에게 더 집중했던 장면.
다른 앨리스를 보지 못해 판단할 수 없지만- 김수연 배우님의 앨리스는 리지가 유일하게 감정적으로 의지했던 그런 중심 있는 인물을 잘 연기해 주신 것 같다.
그리고 리지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진실 앞에서 고민하던 모습도 너무 이해가 됐고, 그래서 나중에 "페인트"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너무 좋았다. 저 노란색 드레스를 언제 벗을지만 기다렸으니.. :)
[No.22]
"불투명한 얘기들 진실을 대체 뭐야"라고 묻는 앨리스에, 리지는 날 위해 해달라고 속삭인다.
앨리스가 옷을 제일 늦게 갈아입는데
처음에는 '왜 저분만 과거지'라고 생각했다가 사건에 동조하고 흑화(?)되는 순서인 듯싶었다.
앨리스가 처음으로 '위증'하는 순간- 상의 단추를 풀고 안에 입고 있던 검은색 옷 등장!
덧. 일찍 도착해서 가사도 읽고 갔고 원래 가사를 잘 듣는 편임에도,
진짜 뭐라 하는지 반은 못 듣고 후기 쓰면서 가사집 보고 복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