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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Mar 20. 2023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2)

평범하지 않은 뮤지컬

공연 기록

2022/06/30(목) 20:00

광림아트센터 BBCH홀

OP열

140분(인터미션 15분)

45,000원(헤공 타임세일)


다이애나 최정원

 남경주

게이브 양희준

나탈리 이정화

헨리 김현진

의사 윤석원



평범하고 싶지만
가장 평범하지 않은 뮤지컬


이런 심리적 묘사가 강한 극들은 캐스팅 바꿔 보며 각 배우가 표현하는 캐릭터를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선택한 남댄! 평소에 다른 극에서도 이성적이며 강한 느낌이 들었던 남경주 배우라 댄을 어떻게 풀어갈지 굉장히 기대됐다.


과거의 아픔으로 미쳐가는 엄마,

참고 인내하며 가족을 지키려는 아빠,

밝고 긍정적인 아들,

완벽주의에 사랑을 갈구하는 딸,


평범 또는 정상의 기준이 모호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노멀'한 것은 무엇일까.

평범하고픈 가족이 평범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4. 미친 건 누굴까]

16년째 다이애나와 병원을 다니는 댄이 "미친 건 아내일까, 아내를 놓지 못하는 나일까" 고민한다. 


다이애나가 약에 취해 "이제는 내가 누군지 모를 정도"라고 이야기했는데, 다이애나를 쥐 잡듯이 잡던 파인(Fine) 박사는 그제야 "환자 상태가 정상"이라고 말한다. 아픔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예 그런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나를 놓는 지경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참 아이러니했다. 1️⃣



[9. 넌 몰라 / 바로 나]

다이애나는 댄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화를 내는데.. 후반부의 <바로 나(맆)>과 놀랍게 맞아떨어진다. 리프라이즈에서는 댄이 자신을 몰라주는 다이애나를 원망한다.



[13. 나 떨어져요]

매든(Madden) 박사의 설득으로 다이애나는 아들의 물건을 모두 정리하기로 한다.


게이브를 포함한 온 가족이 Catch me I'm falling, catch me before it's too late를 울부짖는다. 제발 잡아달라고 소리치는 이 모습이 2막 [32. 나 떨어져요(맆)]에서는 완전 다른 형태로 나오는 것이 또 하나의 관극 포인트다.



[18. 어둠 속의 빛]

"가보자 어쩜 이건 마지막 기회"

건댄과 남댄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정말 다르다.


예전부터 다른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건댄은 참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까스로 참고 있지만 결국엔 함께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느낌이라면, 남댄은 끝까지 '그 약속'을 지키려고 울음을 참는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덤덤하게 느껴지면서도 표현하지 않으니 속으론 더 아플 것 같은?


건댄은 본인도 살기 위해 다이애나를 붙잡고 같이 가는 느낌이고, 남댄은 다이애나를 위해 바보처럼 무작정 고뇌하고 참는 느낌이다. 


그리고 응원의 눈빛으로 다이애나를 바라보는 남댄과 

나를 이제 잊을까 두려워 우는 아들, 게이브가 참 대조적으로 느껴지는 넘버다.



[20. 망각의 노래]

매든 박사는 결혼한 기억조차 모두 날아간 다이애나를 앞에 두고 

답답한 거, 두통, 괴로운 것이 더 이상 없으니 잘 될 거라고만 말한다. 2️⃣



[23. 과거보다 행복한 과거]

댄 역시 고통스러운 기억은 잊고 새로 기억을 만들면 된다고 말한다. 3️⃣

물론 그 기억이 다이애나를 아프게 했으니, 다이애나가 아프지 않으려면 기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당연할 터- 이 내용은 [27. 그날을 어찌 잊어?]에서 노래한다.



[29. 제발 그만 / 약속]

다이애나를 평생 지키겠다는 약속을 놓을 수 없다는 댄과

2층에서 나탈리에게 또 다른 약속을 하는 헨리



[32. 나 떨어져요(맆)]

신기하게도 다이애나는 떨어지는 자신을 잡아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 보자- 떨어지는 게 나쁘진 않을 거야 - 떨어지는 날 봐줘 - 날고 있는 날 봐줘"라고 노래한다.



[35. 뭐 어쨌든]

위에서 말했던 1️⃣2️⃣3️⃣은 결국 모두 본질적인 아픔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고, 증상 완화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결국엔 다이애나가 떠나는데, 다이애나가 떠난 후에 

건댄은 혼자 남았기 때문에 "나 이제 어떻게 하지"라는 느낌이었다면, 남댄은 "네가 떠날 것 같았는데, 그게 오늘이구나.."하고 단념하는 모습이었다.


근데 둘 다 너무 좋아서 2번 이상 보실 분이라면 꼭 두 분 다 보는 것을 추천!!!



[36. 바로 나(맆)]

떠난 다이애나를 원망하는 댄과 게이브의 모습이 진짜 너무 슬픈데.. 가사 찾아보고 약간 충격받았다.

게이브가 이제는 댄을 공격하게 될까(댄이 무너지게 될까) 걱정이 들게 만든..





정말 신기하게 좋은 점과 불호 포인트가 너무 극명히 갈려서 장면마다 “남은 표 놓아야지”와 “역시 이 부분 엄청 좋지”가 무한 반복... 

참 정말 맘에 안 드는 거 많은 뮤지컬이지만, 마지막에 서로를 위해 눈물 흘리는 굿맨 패밀리를 보는 것으로 모두 충족되는 정말 이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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