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희생이라 했고, 그녀는 인생이라 했다
2022/08/18(목) 19:30
광림아트센터 BBCH홀
OP석 1열
155분(인터미션 20분)
80,000원(오픈할인)
송화 유리아
동호 송원근
유봉 남경주
동호 모 채태인
어린 송화 성아인
어린 동호 장석준
1세대 뮤지컬 연출가이자 그간 ‘서편제’를 연출해 온 이지나는 “초연 때부터 관객과 평단의 반응이 좋았지만 계속 적자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한국적 소재로 뮤지컬을 창작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다. 마지막 공연 제작자를 찾지 못한 그는 이번엔 메가폰을 내려놓고 직접 제작에 나섰다.
뮤지컬 ‘서편제’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12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원작 저작권 사용 기간이 만료돼서다.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어느 소리꾼 가족의 한(恨) 담긴 일생을 다룬다.
- 출처 동아일보
서편제는 서편제다.
다른 말로 대체할 말이 떠오르지도 않고, 있을 것 같지도 않은 그런 극이다.
(※ 서편제는 판소리의 한 유파- '동편제(東便制)'는 무겁고 매김새가 분명하다면 서편제는 애절하고 정한(情恨)이 많다고 하는데, 동편제는 무겁고도 강한 가락을 뜻하지만 서편제는 가볍고도 부드러운 가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93년 개봉한 영화 <서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그린 소리꾼-들의 이야기.
영화와 다른 점이 꽤 있었는데, 무대용으로 각색된 내용 중 젤 좋았던 부분은
동호가 서양 음악(현대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었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동호의 노래를 들으며
송화가 "우리 동호가 자신의 소리만 찾은 것이 아니라 소리를 만들고 있다"라고 말하고,
유봉은 또 그렇게 내치던 아들 동호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었다.
소리를 찾지 못한 사람, 찾은 사람, 다른 소리를 추구하는 사람 등 여러 면을 보여주면서 각자의 음악과 소리는 다르지만 결국엔 연결되어 있고 다 같은 '소리'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여 기존 영화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1막은 살짝 지루하다고 생각했지만, 2막 진짜 순삭
일단 무엇보다 기를 뺏기고 오는 게 아니라, 감탄하고 오게 되는 극이라 너무 좋았다.
우리의 소리, 우리의 춤,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을 자아내는 안무와 연기에 더 많은 박수를 드리고 싶은데 커튼콜이 너무 짧다고 느낄 정도다. 하지만 불호 포인트가 없진 않았다. 근데 다음 번엔 바뀔 수도 있으니- 다음 관극 때 어떻게 바뀔 지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송화 역의 유리아 님의 스펙트럼은 정말 놀라웠다.
심지어 내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영화 <서편제>의 오정해 님과 싱크로율이 넘나 대박..!
필름이 촤라락 지나가듯 어렸을 때 봤던 장면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눈을 어떻게 하신 건지- 눈동자 굴리는 거, 눈동자의 방향 등 멀리서는 절대 안 보일 디테일이라 너무 고생하시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히 설명조차 못할 연기였다.
세상은 희생이라 했고, 그녀는 인생이라 했다
원작 자체가 워낙 고전이라, 지금 가치관이나 현대의 시각으로 볼 땐 맞지 않는 점들이 많을 것이다.
근데 그런 거 말고, 각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 내면의 변화 같은 걸 보면 포스터의 문구도 이해되고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恨):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진 마음.
우리나라 정서로 만들어진 말이다. 실제로 그래서 외국 논문을 보면 han이라고 한다.
'한'이 무엇이고 그게 있어야 어떻게 판소리를 잘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대, 배우님들, 노래 등 더 집중해서 보고 싶은 요소들이 많아서 열심히 공부해 봐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이니까..!
예매처에 빨간 글씨로 쓰여 있는 문구가 있다.
※ OP석은 출연자의 연기, 무대 연출 상황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배우의 동선과 연기 장면(앉을 경우 등)에 따라, 일부 장면에서 시야 제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거 진짜 레알 트루- 와 정확했다. 기린으로 변신하고 싶었다. 엉덩이를 들고 봐도 안 보인 장면이 있었다.
일단 무조건 발목컷, 좀만 뒤로 가면 종아리컷, 앉으면 얼굴컷... ㅋㅋㅋ
그리고 수묵화를 그리듯 너무 예쁘게 조명으로 비추는데 OP에서는 이 영상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 북 반주에만 맞춰서 송화가 부르는 심청가-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장면인데,
근데 오늘 무대에선- 사실 잘 안 보였다....... ㅜㅜㅜㅜ
이 정도였다.
상체를 조금만 숙여도 2명이 1명이 되고,
배우가 일직선으로 서는 장면에서는 한 명이 사라진다.
무대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 많은데, 배우 얼굴 말고는 볼 게 정말 극도록 제한된 진짜 시야 제한석이다.
내 다음엔 방석을 가져가리!!! 왜냐면 또 OP니까ㅋㅋㅋ
그래도 OP 정중앙이라 커튼콜 땐 엄청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