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안이에요
2022/08/20(토) 15:00
브릭스씨어터
D열
80분(인터미션 없음)
25,000원(인생주간 할인)
안 #최하윤
안1 #박강원
안2 #허영손
안3 #임모윤
안4 #최윤서
안녕하세요, 전 앤 셜리예요!
명랑한 음성이 들리고 영상이 자동 재생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픈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끝나기 전에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초록색 지붕 집에
옆에는 예쁜 숲이 있고,
다이애나와 같은 베프,
매튜 아저씨와 같은 삼촌,
마릴라 아줌마와 같은 츤츤 이모와 살며,
길버트와 같은 첫사랑과 결혼하는(?)
따뜻한 상상을 하게 해 준
명작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
방대한 원작의 줄거리의 굵직한 에피소드를 모두 따라가지만, 꽤 색다른 해석을 가진 극이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구나 다 아는 이런 고전을 이렇게 유쾌하지만 따뜻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원작과 달리 이름을 ‘안’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깨닫는데 오래 걸리진 않는다. 안(內), 안(Anne), 안(不)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놀라운 단어였다.
일단 1장의 제목은 <안에서 밖으로>다. 자신만의 세상에 살던 안이 기차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안의 모험이 시작되는 1장의 제목부터 참 유쾌하다.
그리고 이름을 묻는 장면에서는 우리말의 언어유희를 살리는 대사를 넣어,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름이 뭐니?"
"전 안이에요."
"아니, 뭐가 아니야. 이름이 뭐냐니까"
"그러니까 안이라고요."
마지막엔 '안'을 부정의 말로 사용한다.
안은 항상 죄송한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안, 너 때문이야 - 죄송해요.
안, 네 잘못이야 - 미안해요.
하지만, 죄송하다던 소녀는 매튜와 마릴라의 칭찬과 사랑을 받으며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하면서
나는 안 미안해요.
나는 안 죄송해요.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어요.
라고 말하는 존재가 된다.
음악극이래서 음악이 좀 나올 줄 알았는데,
인트로에 나온 산울림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노래와 랩(?),
그리고 배우님들이 만들어내는 음향 효과가 전부였다.
안 역할의 최하윤 배우님을 제외하고,
수십 가지의 역할을 소화하시는 배우님들.
매튜, 마릴라 아줌마, 다이애나 부모님, 다이애나, 길버트, 보육원장, 여자아이를 원하던 수상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무, 말, 다람쥐, 불꽃놀이, 브로치 등 진짜 모오오오오든 것을 다 소화하시는 극한 직업. (마릴라 아주머니의 브로치조차 해님 문신으로 대신하는 )
사실 오글거리는 거 너-무 못 보는 성향이라 조금 어색어색 흐린 눈이었던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조금만 참아내면(?)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앤, 아니 안.
목발을 짚고도 느껴지는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고,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란
귀여운 소녀, 우리의 친구
말투, 느낌, 행동- 완전 앤 그 잡채였다.
앤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었다.
극 중에 부르던 애니메이션 주제가... 를 애들은 모르겠지..
가족 단위가 참 많던데-
TV 만화로 보던 것을 요즘 애들은 라이브(?)로 보는구나.. 싶었다. (아 세월이여)
땀을 뻘뻘 흘리며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배우님들의 땀과 눈물에 박수를 보낸다.
덧. 출연 배우님들과 연출진 이름이 적힌 배경이 너무나 좋다❤
덧2.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수화와 함께 전해주던 장면!!! 진짜 최고였다.
덧3. 장소마다 바뀌는 조명의 색 굿굿
덧4. 브릭스씨어터 무대가 높아서 D열 최고다..!! 거기에 통로석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