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리가 뭐길래
2022/08/25(목) 19:30
광림아트센터 BBCH홀
OP석 1열
155분(인터미션 20분)
80,000원(재관람할인)
송화 이자람
동호 김동완
유봉 김태한
동호 모 채태인
어린 송화 최연우
어린 동호 차승수
소리, 소리가 뭐길래 여기까지 걸어왔나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세상 향해 뼛속 깊은 한을 토해내 소리를 질러
사무치게 미워 나를 원망하며 깊어질 소리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그녀의 연기가
마지막까지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알고 맞은 매라 그런지, 1막부터 폭풍 오열 .. ㅜㅜㅜ
절제된 감정 표현,
정확한 딕션과 완벽한 소리.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
자람신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판소리 말고 뮤지컬 스타일의 넘버를 부를 때
많이 어려우셨다는 자람 배우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살다 보면>은 소리를 하실 때와 확실히 다른 창법으로 부르시는데,
1막 초반에 어린 송화와 함께 부르는 뭔가 그 낯선 소리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송화 같아서 더 좋다.
국악고등학교 학생일 때 4시간에 걸쳐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했다는 자람송화.
본인의 소리로 오른쪽 청력을 잃었다는 그녀.
"무대 위에서 죽을 것 같은 감각으로
계속 노래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왔죠."
타인에 의해 시력을 잃은 송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소리를 위해 사투를 펼친 그녀의 소리 삶은
송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유봉과도 조금 닮은 것 같기도.
그래서 자람송화는 행복해 보였다.
특히 마지막 엔딩에 커튼이 완전히 내려갈 때까지
심청가를 부르던 입가에 시종일관 미소가 있었다.
송화와 동호 둘 다 서로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각자의 소리를 찾고 다시 만났지만,
그래서 행복하지만,
서로의 소리를 응원하며 멀어지는 모습이 그려지는 엔딩이었달까.
(그래서 또 눈물 ... ㅜㅜ)
유봉은 그들에게 아버지이자 선배 소리꾼(또는 선생님)이다.
오늘 만난 태한유봉은 지난번 남유봉과는 처음부터 다른 느낌이었다.
남유봉은 뭔가 '넥투노의 댄'처럼 겉으로는 이성적이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소리꾼의 모습 같다. 송화의 소리에 온전히 집중하는 뭔가 차가운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송화/동호의 유대감이나 동호의 반발심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반면 태한유봉은 그들에게 '아버지'였던 느낌이다.
미안함과 후회가 가득한 태한유봉이라 <한이 쌓일 시간> 부를 때 완벽하게 무너지는 모습에 나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유봉이 죽는 <부양가>를 부를 때도 아내의 손을 잡고 오열(문자 그대로 오열)하시는데,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 남겨질 송화와 동호에 대한 미안함이 절로 느껴졌다.
어린 송화, 어린 동호는 진짜 어떤 배우님들을 봐도 너무 찰떡이다.
아인송화는 더 발랄하고 귀여운 - '어린' 송화의 모습이 많이 묻어 나오는데도 동생을 보살피고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모습이라 짠했다면,
연우송화는 처음부터 철든 송화의 느낌? 너무 철이 일찍 들어버린 느낌이라, 이 모습도 설명할 수 없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극 자체는 생각보다 친절하지 않고 간단명료하지도 않다.
늘어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촌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마음에 가득 채워지는 감동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덧. 자첫에 느꼈던 불호 포인트는 여전히 불호였다. 그냥 내 귀가 익숙해질 때까지 버틸 수밖에.
덧2. 재관람 티켓에 찍어주는 도장 마저 눈물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