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공연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 Apr 29. 2023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전설로 남을 상록이들

공연 기록

2022/08/28(일) 18:30

동덕여대 예술공연센터 코튼홀

나열

49,500원(조예할)


종우 김대형

수현 임규형

상태 신창주

승우 신윤철

다인 권정수

지훈 주민우





어차피 우리도 남들 눈엔 잘 안보이잖아.
근데 나 이제 너 잘 보인다.


막공 전에 가볍게 찍먹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들른 농구 코트.

(나 왜 휴지 안 챙김? 나 이거 왜 지금 봄?)


꺼진 불은 다시 보고 

제목에는 속지 말자 


이 작품의 유일한 약점은 제목이라고 널리 알려진 

제목-진입-장벽-넘기-도전! 의 작품. 전설의 리틀농구단 aka 전리농 

심지어 영어 제목도 킹 받는.. Legendary Little Basketball Team (그래도 영어가 좀 더 낫나..?)

암튼! 그 장벽을 넘으면- 

받을 수 있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 선물이 최고다. 

보러 가기 전엔 누가 이름을 이렇게 지었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좋은 이름이다. 정말 따뜻하고 순수한 이름이다.


시야, 음향, 넘버, 내용 모두 좋았던 진짜 웰메이드 뮤지컬 


5명이 상대편 없이 농구하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연출과 안무와 조명. 

심지어 무대가 항상 농구 코트 위인데, 

여기가 바다도 되었다가 학교 옥상도 되었다가 교실도 되었다가 뒷골목도 되었다가 수현이 집도 되었다가- 

근데 연기를 얼마나 잘하시는지 관객들을 철저하게 그곳으로 데려가주신다. 그리고 각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빠져나갈 새 없이 고스란히 객석까지 전해진다.


작가님의 친구분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친구들을 잃고 살아남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셨다는 건 너무 유명하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 따돌림당하는 사람, 투명인간 아싸, 자식을 품에 묻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냥 어떤 형식이든의 결핍을 가진, 

보통의- 아주 평범한 우리,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 

더 이입하고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억지로 감정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옆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눈물도 많았지만 웃음도 많았고 감동도 더 컸다. 


그리고 캐릭터마다 생각할 것도 많아서 더더더더 좋았다! (드립도 찰지다)


아, 음원은 꼭 내줘야 한다. 객관적으로 진짜 좋다.





글쎄,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오래 지나버렸잖아. 15년이 흘렀는데...
그냥 농구나 하면 좋을 것 같아. 그때처럼


은석종우는 죄책감에 자신도 놓아버리고 싶지만, 그와 동시에 죄책감에 또 놓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는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모습이다.


그에 비해 대현종우는 아픔을 숨기려고 밝은 척하는 느낌이라 그런지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다기 보다는 그리운 마음에 길을 잃은 듯했다. 나에게는 “보고 싶어 친구들아” 이런 마음을 갖고 사는 종우로 보였다.


미안함과 그리움 사이의 그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종우.

그런 종우를 만나고 나면, 무대가 끝날 쯤엔 살아주어서, 버텨주어서 참 고맙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줄거리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17살 수현이.

(수현이를 괴롭히는 불량 학생은 검은색 옷을 입고 나오며, 승우, 지훈 역할의 배우님이 하신다)


옥상에 올라가서 자살하려는데, 뒤로 넘어진다.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세 명의 귀신, 다인과 승우, 지훈. (귀신 역할로 나올 때는 정상적인? 교복 차림) 


15년간 남고에 갇혀 지내면서 이승을 떠나고 싶은데, 소원을 이루지 못해서 아직 못 간 것 같다며 수현에게 소원을 부탁한다. 그리고 그 부탁을 들어주면 수현의 삶도 달라지게 해 주겠다는 말도 함께 건넨다.


승우는 조던을 마음에 품고 사는 농구 천재, 지훈이는 인싸 재질, 다인은 따뜻한 수학 천재다. 


---

상록구청 농구팀 코치 종우는 성과가 없어서 농구단 폐지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 상태와 1:1을 펼치고 있는 (승우가 빙의된) 수현을 보고 수현을 농구팀에 영입한다. 


상태는 수현의 짝꿍으로 농구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는 투명인간 아싸. 

(나중에 나오지만 어렸을 때 들었던 천재 소리 때문에 너무 많이 기억하려 한 탓에 더 이상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이 농구에 집착하는 이유가, 몸은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죽어라 연습하면 몸은, 그의 손은 농구공을 기억할 테니까) 


다른 농구팀 멤버들은 승우, 지훈, 다인 역할의 배우님들이며 유니폼에는 모두 배우의 본명이 적혀있다. 

(실제 극 중에서 이름이 불리는 역할은 승우, 지훈, 다인이며 상록구청 농구단 멤버로는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

첫 연습이 끝나고 수현은 집에 들어오지만, 아무도 그를 맞아주지 않는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혼자인 수현.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을 푸는데, 수학 귀신 다인이 나타나 족집게 과외를 해준다. 

그리고 다인의 소원은 바다에 가는 거라고 말한다. 


---

속초 바다를 가기 위해 "속초시청 농구단"에 도전장을 낸 (지훈으로 빙의된) 수현. 

그렇게 그들은 친선경기를 위해 속초로 가는데- 

종우는 아이들에게 절대 물에 들어가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수현을 따라서 마침내 바다에 오게 된 다인은, 

바다 앞에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쌓아두고 멍하니 앉아있는 아저씨는 보게 된다. 

"딸기맛 말고 초코맛 좋아한다"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라며 화를 냈지만, 

그는 다인이 먹지도 못할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들고 매년 그 자리에 오는 다인의 아버지였다. 


---

15년 전 속초 바다에서 초등학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승우, 지훈, 다인 

그리고 그들과 함께 놀러 와 혼자 살아남은 종우. 


종우는 엄청난 죄책감 속에 살고 있다. 

자신이 농구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그들을 놓지 못해서, 함께 하던 농구마저 포기하면 그들에 대한 마음을 다 놓는 것 같아서. 


---

종우 앞에 모습을 드러낸 승우, 지훈, 다인은 종우와 그 시절처럼 농구를 한다. 

종우는 미안하다며 가지 말라고, 제발 한 판만 더 하자며 애원하지만 

그들은 처음에 얘기했던 - 소원을 이루지 못해서 이승을 떠나지 못했다던 그 소원이 바로 종우와 함께 하는 이 농구 한 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종우의 마음을 위로하는 농구. (여기서 호루라기 장면도 엄청남 수현과 종우에게 다른 의미로 특별했던 호루라기..) 


---

상록구청의 본선 경기. 

굉장히 현실적으로 - 완패를 당하며 끝난다... 

(근데 이 감동적인 장면과 넘버 끝나면 바로 드립ㅋ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 뮤지컬 <서편제>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