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공연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y Apr 29. 2023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1)

Police doubt fire was accidental.

공연 기록

2022/09/03(토) 19:00

샤롯데씨어터

B구역 1열

175분(인터미션 20분)

120,000원(조예할)


다웃파이어/다니엘 정성화

미란다 신영숙

스튜어트 김산호

완다 박준면

프랭크 육현욱

안드레 영오

리디아 설가은

크리스 유석현

나탈리 김소희

미스터 졸리 원종환




그 유명하고 유명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1993년 영화, 우리의 로빈 윌리엄스 아저씨가 나온 그 영화 <Mrs. doubtfire>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은 2019년 12월에 미국 시애틀의 5th Avenue Theatre에 프리뷰 공연을 올렸고, 2021년 12월 5일 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했다. 

2022년 8월, 한국에 온 이 작품은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프로듀서, 무대예술상/분장 디자인 부분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As long as there is love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가 이 작품의 '한국화'를 담당했는데, 썸씽로튼의 번역도 매우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이 작품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는 역시였다.


올해 내가 뽑은 뮤지컬 3개,

썸씽로튼, 지킬앤하이드, 그리고 미세스 다웃파이어.





'뭔가 굉장히 정신없고 어지러운데 멋있어 힙해'

'킹 받는데 재밌고 매력적이야'

왜 그럴까 싶었는데

썸씽로튼 제작자 둘이 만든 극이었다.


<썸씽로튼>과 <젠틀맨스가이드>를 합쳐 놓은 느낌이다. 

썸로의 화려한 무대에 젠가의 드립 파티가 더해졌다.

그래서 두 배로 정신이 없다.


여기에 드립력 폭발하는 배우들만 모아놔서

뭐가 대본이고 드립인지 모르겠고 그냥 정신없이 웃고 나오게 만들었다.

티키타카 장난 없고 물 흐르듯 후루룩 지나가버리는데, 또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살아 있다.

거기에 또 넘버는 진짜 미친 듯이 좋다.


무대는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세트 종류도 다양하고 조명도 완벽하고, 뒤편에 영상까지 활용해서 더 볼 것도 많다.

집 좁은 거 하며, 집들이 언덕에 있는 거 하며- 실제 극이 일어나는 샌프란시스코 느낌도 상당히 잘 표현했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무대라 그런지, 안락한 샤롯데씨어터가 너무 딱이었다.


극의 큰 줄기와 주요 장면은 영화와 뮤지컬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시대 배경이 90년대에서 20년대로 옮겨 왔기 때문에, 브로드웨이 버전엔 Siri가 등장하고 우리나라 버전엔 유튜브가 나온다. 어항에 리모컨을 집어넣는 대신 와이파이를 끄고 핸드폰을 잠가버리고, 루프스테이션으로 랩 파티를 벌이는 등 소품과 대사가 모두 현대적이다. 


번역 퀄리티도 매우 좋다.

일단 이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Mrs. Doubtfire. 

영화에서는 뉴스 제목("Police Doubt Fire was Accidental")을 보고 doubt + fire로 이름을 짓는데, 한국어로는 어떻게 할까 엄청 궁금했었다. 근뎈ㅋㅋㅋㅋ 진짜 겁나 기발하다. 객석이 뒤집어졌다. (이 장면은 공연 막공까지 웃음 포인트로 남았다.)


잘 생기면 다 오빠예요~~
다 오빠예요~
다오빠예요
다웃빠예요
다웃파이어 


공연 시작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보통 극장에 가면 한국어로 안내 방송이 나오고 영어 방송이 나온다.

근데 안내 방송이 영어부터 나와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성우가 직업인 다니엘이 직접 무대에서 안내 방송을 해준다. 다니엘 역의 배우님이 나와서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전용 공연장 샤롯데씨어터에 오신~~" 이러면서 안내 방송을 하고, 바로 해고당한다. 이 부분을 이렇게 살린 게 너무 기발하고 진심 최고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다니엘이 음악 감독님 소개도 같이 한다.)


그리고 또 특이하게, 다니엘 역할의 배우님이 메이크업을 하나도 하지 않고 나온다. 그래서 되게 '다니엘스럽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무대에서 바로 다웃파이어로 변장한다. 무대에서 약 40번 체인지를 하며 다니엘과 다웃파이어를 연기한다. 이러니 메이크업이 불가능할 수밖에-



네. 전 이 작품을 매-우 매애애우 매애애애애애애우 좋아합니다. 티 나나요?


내가 이 작품을 좋아했던 이유는- 또는 이렇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나의 부모님 역시 이혼하셨고, '가족의 사랑'이라는 것을 크게 느끼며 자라지 못했다고 지금까지 생각해 오고 있었던 탓이 아닐까 싶다.


아빠와 딸이 서로 갖는 마음,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가볍지만 묵직하게 던지는 위로의 말이 나에겐 참 힐링이었던 것 같다.


커튼콜에도 눈이 벌게져서 눈물을 훔치고 있던 사람을 본 분이 계시다면, 그 사람은 필히 나였을 거다.

 

웬만하면 그냥 내가 보모로 들어가고 싶다고 받아달라고 했을 텐데,

다니엘 아빠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란다 엄마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아이들 셋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이 가족 이대로 보존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성진 그리고 쇼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