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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Apr 29. 2023

연극 <두 교황>

보수와 진보의 공존

공연 기록

2022/09/04(일) 15:00

한전아트센터

B구역 A열

150분(인터미션 15분)

63,000원(조예할)



교황 베네틱토 16세 서상원

교황 프란치스코 정동환

브리지타 수녀 정수영

소피아 수녀 정재은

호르헤 마리오/베르고 글리오 조휘













무대 너무 아기자기, 영상도 세트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세트의 수가 많진 않지만, 두 교황의 성격이나 배경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세트 구성으로 영화를 보지 않았던 사람도 공감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보수와 진보의 공존

영화와 동일한 줄거리며, 영화에서 다룬 굵직한 내용은 전부 다룬다. 그래서 영화를 봤거나, 두 분의 배경을 알고 보면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으나, 안 그러면 조금 지루할 수도..


"가장 전통적인 교황이

왜 가장 전통적이지 않은 선택을 했을까?"


전통주의자 vs. 개혁주의자

보수 vs. 진보

학구적 vs. 실천적


완벽하게 다른 배경, 성향, 신념을 가진 두 교황의 이야기다.

죽어야 끝나는 교황직을 700년 만에 자의로 사임한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우정과 화합의 이야기.




사실 난 카톨릭을 잘 모른다. 카톨릭을 그나마 가까이서 경험한 건 고3 때 카톨릭 고등학교를 다닌 거? 그것도 바이블 벨트라 불리는 미국 남동부 지역.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지금도 극보수로 유명한 곳이니... 라떼엔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았을 그런 곳.


암튼 그래서 종교 수업이 필수였는데, 평생 교회를 다녔기에 미사나 교리엔 나름 문제없이 적응했지만, 그때 수업하셨던 분이 극극극극극초극 보수라 수업 중에 가감 없이 뱉으셨던 이상한 교리에 거리감, 선입견이 생겼었다.


그 후로 나에게 카톨릭은 언제나 그런 종교였다.


그분은 전통이 너무 중요한 나머지, 변화하지 않으려 했고 나와 같이 거부감이 든 사람을 만들었다.

작품도 그런 맥락에서 통하고 있다.

틀림과 다름에서 오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런 전통이 당연히 중요하고 변화 역시 전통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다름을 인정하고 변화하며

하나의 진실을 위해 통합되는 과정, 공존하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제안하는 작품이며 (심지어 중간중간 웃기기도 함) 연극 <라스트세션> 보다 내용이 깊지 않았기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신학적 용어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기억에 남은 용어라면 해방신학 정도? 하지만 용어의 뜻을 몰라도 극을 잘 따라간다면 문맥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


보수와 진보의 대화 같지만,

결국엔 두 교황은 같은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며

또한 둘 다 교황 이전에 죄인이며 인간임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 또한 이 작품이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고, 무엇보다 실제 인물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배우마다 노선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아무 페어로나 봐도 감동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그러나 연기 신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디테일은 분명 다를 것이기에 그런 디테일 찾는 것도 재미일 것 같다.



덧. 극이 극인 만큼, 다른 관객 분들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뒤에 앉으신 분이 모든 대사에 "에고" "아" "그렇지" 등으로 응답하셔 가지고 심히 당황.

덧2. 프로그램북이 상당히 유익하다.


실제 무대 배경



줄거리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부에노스 아이리스에서 로마로 떠날 준비를 하며 ABBA의 <댄싱퀸>를 흥얼거린다. 소피아 수녀는 추기경에게 달려와 사임하는 것이 사실이냐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를 물어보며 남아달라고 부탁한다. 베르골리오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자기에게 남은 임무는 이제 이 사임 서류에 교황님의 서명을 받는 것이 전부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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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골리오는 서류에 서명해 달라고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답장을 받지 못한 상태. 이에 로마를 직접 방문하려 비행기 표를 샀었는데, 공교롭게 베네딕토 16세로부터 "별장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는다. 교황 별장에서 만난 둘은 확연히 다른 신념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워치 파워 씬스틸러) 교황은 사임도 수락할 수 없고, 추기경이 제기하는 문제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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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피아노를 즐겨 치는 교황과 축구를 좋아하는 추기경은 교회 문제 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서서히 열기 시작하고 ‘부르심'에 대해 나눈다. (더 이상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다는 교황의 말 맴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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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두 사람은 로마로 향하고,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사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과거 독재정권에 침묵했다며 고백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일부 성직자의 성폭행 사건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고백한다. (추기경의 고해성사는 굉장히 자세하지만, 교황의 고해성사는 영화에서처럼 대사가 없다. 전 교황이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에 이것을 대사로 만들 수 없어 대사 없이 처리하지 않았을까)


그 후, 베네딕토 16세는 700년 만에 자유 의지 사임으로 교황직에서 내려오고 프란체스코 교황이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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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이 나란히 앉아 피자를 먹으며 월드컵을 시청한다. 베네딕토 교황의 독일이 우승했고, 두 사람은 기쁨의 탱고를 추며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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