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에 빠져보자
2022/10/18(화) 19:3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C블록 1열
120분(인터미션 15분)
102,000원(골드회원 할인)
피아노 김준희
피아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지휘 성기선
연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오늘의 연주는 명쾌한 연주였다.
'명쾌하다'의 정의는 "말이나 글 따위의 내용이 명백하여 시원하다".
딱 그런 연주였다.
이런 음이 있었어? 싶을 정도로 모든 음이 다 들렸으며, 시원시원했고 역대급 파워풀했다.
두 연주자 모두 멋있었고 대단했고 열정적이었다.
프로그램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작품번호 43
- 김준희
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피아노협주곡 2번 다단조, 작품번호 18
-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Piano Concerto No.3 in a minor, Op. 30
피아노협주곡 3번 라단조, 작품번호 30
- 김준희
(앵콜)
Prelude in G-sharp minor Op 32 No.12
전주곡 12번 작품 32
-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 Op.43, - Var. XVIII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작품번호 43, 변주 18
- 김준희
라흐 피협은 들을 때마다 다른 스토리가 그려진다. 그날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표 날릴 생각 해야 했을 만큼 일하다 튀어나온 상태로 감상한 오늘 음악은 이랬다.
라흐 피협 2번
야생에 낙오된 어떤 남자의 모험기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1악장: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한줄기 빛을 따라 숲 속을 헤맴. 그냥 정신이 1도 없...
2악장: 빛을 쫓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 호수 옆 오두막집을 발견하고 잠시 평온하게 숨을 고르기도 하고 절벽 위에 올라가 헤매다가 놓친 자연도 감상함
3악장: 그러다가 호랑이나 곰 같은 재해를 맞이함. 와다다다다다 도망가다가 중간에 (만화처럼) "호랑이 굴에만 들어가도 살 수 있어, 머리를 굴려봐!" 하는 듯한 주인공 포커스 된 화면 전환과 슬로우 모션이 나오고 다시 와다다다다 쫓김. 그러다가 겨우 따돌리고 또 숲 속을 헤매다 결국 마을로 돌아와서 기진맥진 탈진한 모습으로 끝나는 듯했던 피협2번
라흐 피협 3번
일단 던전이 그려지고 팬텀이 생각났다. 그 뮤지컬 <팬텀> 맞다.
1악장: 팬텀의 모험 같았음. 지하에서 괴로워하다가 지상 올라가서 막 돌아다니기도 하고 크리스틴도 만나서 행복도 했다가 카를로타도 죽이고 싸우고 이러저러한 ㅋㅋ
2악장: 에릭의 삶, 후회 같았고- 벨라도바도 생각나고 어린 에릭도 생각나고… ㅋㅋㅋ
3악장: 북극의 괴물까지 생각났던
이상으로 알 수 있듯, 나의 오늘 심리 상태는 매우 갑갑하고 정신없었다.
그래서 결론: 마음이 피곤할 땐 라흐 곡은 피하자.. 어휴 피곤했는데 더 피곤..
덧.
김준희 피아니스트님,
열정적인 연주에 풀려가는 구두끈..
그걸 바라로는 내 불안한 눈빛..
풀린 채로 연주 마무리- 인사까지
덧2.
연주자가 두 분이라 그런 건가
한 분 연주 끝나고 피아노 교체, 또 교체, 또 교체하는 건 처음 봤다.
덧3.
지난 8월 밀레니엄 연주의 라흐차이콥 공연을 봤었다.
그때도 적었던 후기였는데.. 오케가 묘하게 안 맞는 느낌이다.